• 아시아투데이 로고
박항서 감독의 ‘파파 리더십’, 베트남 축구 새 역사 썼다

박항서 감독의 ‘파파 리더십’, 베트남 축구 새 역사 썼다

기사승인 2018. 12. 16. 16:23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국민의례하는 박항서 감독<YONHAP NO-0094>
15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박항서 감독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연합
“잘했다. 수고했다.”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 경기 종료를 알린 휘슬이 울리자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은 가장 먼저 기뻐하는 선수들을 한명 한명 끌어안고 볼을 쓰다듬었다. 경기에 나선 선수는 물론 벤치를 지켰던 모든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온정과 배려로 대표되던 박 감독의 ‘파파 리더십’이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축구의 최정상으로 이끌며 베트남 축구 역사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15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1-0으로 꺾으면서 1·2차전 합산점수 3-2로 10년만에 스즈키컵 우승을 차지했다. 그가 지난해 9월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에 취임한 뒤 1년 3개월만에 이뤄낸 성과다.

부임 당시 베트남 현지에는 박 감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다.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함께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냈지만, 이후 K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베트남 언론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박항서 깃발 흔들며<YONHAP NO-2756>
15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 베트남-말레이시아 결승 2차전을 앞두고 베트남 팬들이 박 감독의 사진을 담은 깃발을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 /연합
하지만 박 감독은 감독 부임 3개월만인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 사상 첫 준우승을 일궈내며 ‘박항서 매직’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8월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역대 첫 4강 진출에 성공했고, 12월에는 스즈키컵 우승을 달성하며 베트남 축구의 국민영웅으로 떠올랐다.

특히 베트남 현지에서는 박 감독이 감독과 선수의 관계를 넘어 친밀한 아빠와 아들처럼 지내면서 소통하는 이른바 ‘파파 리더십’이 화제가 됐다. 박 감독은 훈련은 단호하지만 평소엔 아빠처럼 부드러운 ‘파파 리더십’을 통해 베트남 현지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스스로를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 했던 박 감독은 선수들과 스킨십을 통해 친밀함을 더했고, 신뢰를 쌓으면서 각종 대회에서 선수들의 헌신을 이끌어냈다. 선수에게 직접 발마사지를 해주는 모습, 부상선수에게 비즈니스석을 양보한 일이 선수들 SNS와 언론 등을 통해 전해지면서 ‘선수들을 극진히 사랑하는 감독님’이라며 베트남 국민들의 지지도 얻었다.

15일 경기 종료 후 인터뷰 시간에도 선수들이 난입해 박 감독에게 물세례를 하기도 했지만, 그는 싫은 내색 없이 선수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스즈키컵 우승으로 한껏 들뜬 선수들이 자신에게 각별한 애정을 표현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항서 감독 모형피켓 들고 환호하는 하노이 시민<Y
15일 오후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이 열린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 밖에서 하노이 시민들이 박 감독 모형피켓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
‘베트남 축구영웅’ 박 감독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경기 후 베트남 전역은 박항서를 연호하는 축구팬들로 인해 광란의 분위기에 휩싸였다. 우승이 확정되자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경기장에 내려와 연신 박 감독을 끌어 안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던 모습은 베트남 국민들의 박 감독에 대한 사랑을 대변하는 장면이었다.

‘파파’ 박 감독은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다음 도전을 준비한다. 그는 내년 1월 아시아 최대의 축구축제인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한다. 본선행 티켓을 따낸 베트남은 D조에서 이란, 이라크, 예멘과 경쟁을 펼쳐야 한다. 박 감독의 베트남이 더 큰 무대인 아시안컵에서 또다른 역사를 창조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