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기고]우리 축산물에 이야기를 입히자

[기고]우리 축산물에 이야기를 입히자

기사승인 2018. 12. 17. 09:28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1. 최유림 연구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농업연구관 최유림
직장 근처에 감자탕집이 새로 생겼다. 문 옆에 이베리코 돼지를 사용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다.

가게 앞을 지나는 때는 퇴근 시간 이후인데 그래서인지 늘 손님이 북적거리는 것을 본다. 감자탕이라는 대중성 높은 메뉴 때문일까, 아니면 이베리코 돼지 때문일까.

손님 대부분은 방송 등을 통해 이베리코 돼지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스페인 이베리아반도의 재래돼지로,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도토리를 먹이며, 상수리나무 사이에 방목해 키운다는 이야기 말이다.

요즘 직장이 있는 천안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이베리코 돼지를 홍보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 최근 서울 모임에 참석했을 때, 장소가 이베리코 돼지를 전면에 내세운 식당이어서 ‘맛은 어떨까?’,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기로 했다.

사실 확인을 해보면 이베리코 돼지도 몇 가지 등급이 있다.

방목 여부와 도토리 등 먹이에 따라 ‘베요타’, ‘세보 데 캄포’, ‘세보’ 등급으로 구분하는데 ‘세보 데 캄포’나 ‘세보’는 이베리코 돼지 순종도 아니고 방목을 하거나 도토리만을 사료로 먹이지 않는 등급이라고 한다.

이베리코 돼지하면 떠오르는 도토리와 방목이라는 단순한 스토리가 100% 다 맞는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단순하면서도 기억하기 쉬운 스토리가 이베리코 돼지고기에 감칠맛을 더하며 인지도를 넓히고 있지는 않은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우리 국민의 치즈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16년 사이 연간 1인당 치즈 소비량은 1.8kg에서 2.8kg으로 증가했다.

대형마트 치즈 판매대에서 이름조차 낯선 수입 치즈가 들어찬 모습을 본 적 있을 것이다. 치즈 전문가에게 외국산 치즈는 종류가 왜 이렇게 많고 복잡한지 물어본 적이 있다.

숙성에 사용되는 미생물과 생산 지역, 그리고 치즈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이름에 복합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란다.

프랑스에서 생산되며 세계 3대 블루치즈의 하나로 불리는 ‘로크포르 치즈’는 양젖에 푸른곰팡이를 주입해 동굴에서 3개월간 숙성한다.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리는 치즈로 알려져 있는데, 그 옛날 젊은 목동이 한 아가씨를 만나러 가는 길에 동굴에 치즈를 두고 오게 됐고, 몇 달이 지나 발견했을 때는 향이 풍부하게 숙성됐다는 전설이 전한다.

로크포로 치즈에 얽힌 사랑 이야기는 특별한 날, 로크포르 치즈를 선택하게 만드는 기억의 매개체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나라 축산물 중에도 소비자들이 감정을 공유하고 기억할 만한 이야기를 가진 브랜드가 있을까 해서 자료를 찾아보고 주변 사람에게도 의견을 물었다. 그런데 마땅한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품의 기능성을 강조한 이야기보다는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스토리텔링이 소비자의 흥미를 끄는데 더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고 한다.

분명 우리 축산물에도 역사적 스토리를 끌어낼 만한 소재가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반성도 해 본다.

최근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가심비’ 트렌드에 힘입어 자신에게 행복을 주는 제품에 아낌없이 돈을 쓰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국산이 수입 축산물보다 품질과 안전성이 우수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얇은 지갑 때문에 국산과 외국산 사이에서 망설이는 소비자들에게 이야기를 입힌 국산 축산물은 ‘소확행’이 되고 ‘가심비’를 충족시킬 것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