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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경제에 드리운 ‘포퓰리즘’의 저주

태국 경제에 드리운 ‘포퓰리즘’의 저주

기사승인 2019. 01. 1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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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을 잡기 위해 남발된 포퓰리즘 정책들이 태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의 마구잡이식 (현금) 보조금 지급으로 태국의 농업 생산성은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 교육체계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한편에서는 일자리가 없어서, 다른 한편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오는 2월 24일 민정이양 총선이 치러질 예정인 가운데, 태국 경제 전반에 드리운 ‘포퓰리즘의 저주’는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마주해야 할 큰 난제가 될 전망이다.

닛케이아시안리뷰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태국 북동부에 거주하는 농부 부아당 낙뽄프라이(67) 씨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시절의 보조금 정책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녀는 “2001~2006년 탁신이 총리였을 때는 쌀을 훨씬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었다”며 “당시 정부는 우리의 생활을 지원했다. 다음 정부도 농민들에게 더 나은 지원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탁신 전 총리 시절 지급된 보조금은 단기적으로 농민들의 살림에 보탬이 됐지만 장기적으로 볼때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추키앗 오파웡세 태국쌀수출업자협회 명예회장은 “농민들이 다른 나라와 경쟁하기 위한 생산성 향상이나 비용절감 방안 등을 고민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태국이 농업 분야의 구조조정을 시작한 것은 벌써 10년 전이다. 그러나 포퓰리즘의 정치적 유혹은 강렬했다. 태국의 6900만명 인구 가운데 3000만명 가량이 농업에 종사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쌀농사를 짓는 가난한 농민들. 표에 굶주린 과거 정부들은 구조조정과는 모순되는 정책을 채택해 농산물의 가격을 올리고 보조금을 제공했다.

이는 태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지게 된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많은 이들이 선심성 보조금에 지나치게 익숙해지면서 생산품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거의 생산해내지 못하는 상황에 빠져버린 것. 중진국 함정이란 임금이 일정 수준에 이르러 수출 경쟁력을 잃은 상태에서 선진국과 경쟁할 만큼 기술 진보도 이루지 못해 성장이 정체되는 상황을 말한다.

아시아생산성기구(APO)에 따르면 2010~2016년 태국의 노동자 1인당 생산성 증가율은 이웃 나라인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보다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문제는 2월 총선으로 집권하게 될 새 정부의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새 정부는 고통스러운 개혁의 과정을 밀어붙이고 교육 기회의 불균형과 값싼 이주노동자 의존 문제 등 여러 가지 장기적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는 상황이다.

태국의 노동 생산성이 오르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보조금보다 더 깊은 곳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국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교육시스템 개편에 성공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고등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대학졸업 후 자신들의 교육 수준에 걸맞는 직업을 찾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27세의 한 대졸자는 “나는 방콕에서 괜찮은 대학을 졸업했지만 내 전공에 맞는 어떠한 일자리도 찾을 수 없었다”면서 “하는 수 없이 전자제품 기업의 기술지원 전화상담사로 취업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노동집약적 수출 산업에 종사할 저숙련 노동자가 없어 만성적인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총선은 친(親)군부 세력인 팔랑쁘라차랏당(PPRP)과 친(親) 탁신파 퓨어타이당, 그리고 도시 기득권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민주당의 3파전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어느 쪽이 이기든 지난 2016년 군부가 세운 20개년 국가성장전략기본계획인 ‘태국 4.0’이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려운 싸움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태국 4.0에는 2036년까지 고소득 국가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야심찬 목표가 설정돼 있다. 이를 위해서는 평균 5~6%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태국의 성장률은 3.3% 수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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