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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공소장서 드러난 ‘상고법원 로비’ 실태…양승태 사법부, 국회 상대 로펌 자처

임종헌 공소장서 드러난 ‘상고법원 로비’ 실태…양승태 사법부, 국회 상대 로펌 자처

기사승인 2019. 01. 1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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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헌 전 의원 동서 선고 형량 분석…‘보석 신청’ 팁까지 제공
양승태 전 대법원장 조서 열람 위해 5번째 검찰 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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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실무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0월 28일 검찰 구속 후 첫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으로 향하고 있다./연합
각종 재판 거래 의혹에 휩싸인 양승태 사법부가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해 국회를 상대로 사실상 ‘로펌’을 자처하며 로비를 벌인 정황들이 확인됐다.

17일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추가기소 공소장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상고법원 도입을 반대하는 야당(현재 여당)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2014년 11월 25일께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을 방문했다.

임 전 차장은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였던 전해철 의원과 평소 친분이 두터운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상고법원 도입 문제로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임 전 차장은 전 전 의원으로부터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법정 구속된 전 전 의원의 동서이자 보좌관인 임모씨에 대한 선처를 요청받았다.

이에 임 전 차장은 다음날 곧바로 법원 전산망 사건 검색을 통해 임씨 재판의 진행상황을 확인했다. 이후 임씨 사건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자 임 전 차장은 전 전 의원에게 전달할 임씨의 예상 형량에 대한 설명 자료를 작성할 것을 사법지원실 심의관에게 지시했다.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은 심의관은 ‘임씨 사건 상고심 선고 후 전망’이라는 문건을 작성했고 임 전 차장은 전 전 의원에게 문건을 전달했다.

문건에는 ‘일반적인 양형 경향에 따를 때 예상 선고 형량은 징역 8개월이나 구속 상태가 계속될 경우 징역 10개월이 선고될 수 있다’며 예상 형량을 검토해주고 이보다 경한 형이 선고되기 위해서는 보석을 신청할 필요가 있다는 일종의 ‘팁’까지 제시한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문건대로 임씨를 보석으로 석방한 뒤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한 달 뒤 임 전 차장은 “전 전 의원이 최근 개인 민원 때문에 법원에 먼저 연락했으니, 민원이 해결되면 이를 매개로 접촉, 설득하겠다는 내용을 추가하라”며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 작성된 문건에는 전 전 의원을 ‘야당 설득 거점 의원’ 4명 중 1명으로 지목하면서 ‘1소위 심사 등에서 야당의 키를 쥐고 있는 법사위 간사의 설득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당시 행정처는 전 전 의원 외에도 서영교·이군현·노철래 등 여야 인사를 불문하고 민원을 해결해주면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로비를 벌였다. 행정처는 당시 상고법원 입법추진 대응전략팀을 꾸리고 법사위 소속 의원의 상고법원안에 대한 기본입장 및 반대논거, 성향 및 당내 영향력, 친분관계 등을 분석해 의원별로 맞춤형 설득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이 상고법원 로비와 관련해 임 전 차장에 대해 추가기소를 진행한 만큼 추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지시 정황이 확인될 경우,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사법처리 과정에서 범죄사실 중 하나로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비공개로 출석해 지난 15일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를 열람·검토했다. 그는 앞서 1~3차의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1차 조사 다음날 검찰에 다시 출석해 전날 확인하지 못한 조서 열람을 마치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이 같이 조서 열람에 공을 들이는 것은 향후 재판을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판사 출신 변호사 A씨는 “양 전 대법원장이 수십시간에 걸쳐 검찰이 작성한 조서를 일일이 확인·기록하면서 검찰의 논리를 반박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인들이라면 복잡해 엄두도 못 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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