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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층에 부는 숙청 바람, 중 권력투쟁 조짐

최고위층에 부는 숙청 바람, 중 권력투쟁 조짐

기사승인 2019. 01. 2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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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정융 전 산시성 서기 낙마, 후임과 대법원장도 위기
중국의 최고위 권력층에 새해 벽두부터 조용하고도 미묘한 숙청 바람이 불어대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조금 깊이 들어가 분석할 경우 권력투쟁일 가능성도 농후한 상태다.

이런 관측은 자오정융(趙定永·68) 전 산시(陝西)성 서기가 돌연 낙마하면서 당정 최고위층 관련자들의 이름이 줄줄이 거론되는 현실을 보면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를 비롯한 중국 언론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그의 낙마 이유로는 두 가지가 꼽힌다. 무려 1000억 위안(元·16조5000억 원)이 넘는 산시성의 한 광산개발 계약권 증발 사건 및 역내 친링(秦嶺)산맥 지역에 불법 건설한 호화별장촌과 관련한 비리 등이다. 특히 결정적인 것은 2003년 모 기업인이 산시성 지질광산탐사개발국과 체결한 초대형 계약이 갑자기 ‘공중 증발’해 버린 전자의 사건. 자오 전 서기는 이와 관련한 이권에 깊숙하게 개입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오정융
비리 사건으로 낙마한 자오정융 전 산시성 서기와 위기에 직면한 후임 러우친젠 현 장쑤성 서기./제공=런민르바오
결국 이 사건은 개인 사업자가 장장 15년 동안에 걸친 소송을 통해 승소를 하게 돼 산시성 정부가 권위에 큰 상처를 입었다. 재정적으로도 상당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비난의 화살은 2000년대 초반부터 무려 15년 동안 성장·서기를 역임하면서 산시성의 제왕으로 군림한 그에게 쏟아질 수 밖에 없었다. 동시에 그의 후임이던 현 장쑤(江蘇)성의 러우친젠(婁勤儉·63) 서기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급기야 자오 전 서기는 비리 혐의로 사정 당국에 신병이 확보되기에 이르렀다. 러우 서기도 상당히 위태로운 지경에 내몰리게 됐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두 사람과는 별로 연결고리가 없을 것 같은 최고인민법원(대법원)의 저우창(周强·59) 원장 역시 이 사건으로 유탄을 맞았다. 개인 사업자가 제기한소송이 산시성과 자오 전 서기에 유리하도록 재판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연초 폭로되면서 처지가 난처하게 된 것. 현재 분위기로 보면 의혹이 거의 사실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처벌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묘한 것은 이들 세 사람이 하나 같이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에게는 부담스러운 존재인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두 전임자 시절 승승장구했던 실세였다는 사실. 자오 전 서기와 저우 원장은 후 전 주석의 권력 중추였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이며, 러우 서기는 장 전 주석이 총애한 테크노크랫이었던 것. 색안경을 끼지 않더라도 뭔가 엮여졌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 수 있다. 실제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들도 그동안 중국 사정 당국이 두 전 주석과 세 실세들을 엮기 위해 줄기차게 뒤를 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 주석 쪽으로 확 기울어진 운동장이기는 해도 권력투쟁의 냄새는 충분히 난다고 볼 수 있는 것.

시 주석은 절대 권력을 지향하고 있다. 영구 집권을 노린다는 소문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전직 두 주석을 필두로 하는 전·현 당정 최고위층으로부터 이런 저런 견제를 받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본인 역시 뭔가 반응을 보이면서 힘을 과시할 필요성이 있다. 이런 사실을 상기할 경우 자오 전 서기의 낙마로 시작된 당정 최고위층에 대한 숙청 행보에 권력투쟁의 분위기가 물씬거린다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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