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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출시 한달만에 산으로 가는 ‘제로페이’

[취재뒷담화] 출시 한달만에 산으로 가는 ‘제로페이’

기사승인 2019. 01.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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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모처의 한 카페에서 ‘제로페이로 결제하겠다’고 했더니, “혹시 기자세요?”란 말이 돌아왔습니다. 이 카페에선 취재차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기자를 제외한 ‘일반고객’은 하루에 한명 올까말까한 정도라고 했습니다.

‘수수료 0%’란 슬로건을 걸며 ‘제로페이’가 화려하게 출범했지만, 출시 한달 성적표는 매우 부진해 보입니다. 애초 예상보다 저조한 흥행에, 서울시는 조급한 기색입니다. 현금으로 지급해온 아동수당을 제로페이로 돌린다는 방안을 검토한데 이어, 법인용 제로페이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아직 가맹점 확보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가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해 무리하게 자충수를 두고 있단 지적이 나옵니다.

이처럼 소비자에게 제로페이에 등을 돌린 이유를 들어보면, “불편하기 때문”이란 예상 밖 답변을 합니다. 이미 삼성페이, 페이코 등 QR코드 보다 간편한 결제방법이 있는데, 굳이 어플리케이션(앱)을 구동해야만하는 QR코드를 쓸 필요가 없단 것입니다. 제로페이를 찾는 고객들이 없으니 가맹점에서도 제로페이 QR코드를 설치할 이유가 없습니다.

문제는 시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서울시가 무리수를 뒀단 점입니다. 특히 그간 현금으로 지급돼온 ‘아동 수당’을 제로페이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시민들의 역풍을 맞았습니다. “훗날 자녀들을 위해 현금으로 받은 아동수당을 어린이적금에 쌓아놓는 학부모들이 많은데, 가맹점도 찾기 힘든 제로페이를 어디에 사용할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던 것입니다.

서울시는 돌파구로 오는 4월경 법인용 제로페이를 출시하겠다고 했지만, ‘보여주기식 실적’만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시·구청이 경비를 제로페이로 사용하면 사용실적은 수백억원대로 대폭 늘겠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이용량은 그대로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간 많은 전문가들이 제로페이를 향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왔습니다. 민간영역에서 시장경쟁을 통해 충분히 좋은 상품이 나올 수 있는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무리하게 국민혈세를 들여 카드결제사업에 진출하고 있단 지적이었습니다. 게다가 국내 카드업 시장도 포화된 실정이죠. 가뜩이나 과열된 카드회사 간 경쟁에, 지자체가 개입해 불난집에 부채질한 격이 됐단 비판이 나옵니다. 서울시가 제로페이에 들인 예산이 최소 30억원이라고 합니다. 이번 제로페이를 타산지석 삼아, 더 이상 국민혈세를 낭비하지 않는 제대로 된 금융정책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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