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왕중왕전서 전설 박세리 넘은 지은희, ‘추위 극복’이 우승 원동력

기사승인 2019. 01. 2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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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희 우승 트로피 연합
지은희가 새로 신설된 LPGA 투어 왕중왕전에서 한국 선수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웠다. 지은희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왕중왕전에서 전설을 넘었다. 20대 초반이 득세하는 여자 골프계에서 환갑이 훌쩍 지났다는 만 32세 8개월의 지은희(33)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새해 첫 대회에서 왕중왕에 오르며 새 역사를 창조했다.

지은희는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크 부에나 비스타의 포시즌 골프클럽(파71·6645야드)에서 끝난 LPGA 투어 시즌 개막전인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총상금 120만달러·약 13억5000만원)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4개를 묶어 1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춥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탓에 하루 종일 들쭉날쭉한 샷이었다. 경기 후 지은희는 “첫 티샷부터 몸이 경직됐다고 느낄 만큼 추운 날씨였다”고 말했다. 그 여파로 첫 두 개 홀에서 연속보기로 순식간에 2타를 잃었다. 이때 그는 걱정하기보단 “‘괜찮다, 아직 16개 홀이 남았잖아’라고 주문을 외우고 내 스윙을 믿었던 주효했다”고 원동력을 설명했다.

마지막 날은 고전했지만 나흘 내내 선두권을 놓치지 않으며 가장 꾸준했던 지은희가 최종 합계 14언더파 270타로 매섭게 추격해온 2위 이미림(29)을 2타차로 따돌렸다. 최근 2년간 LPGA 챔피언들만 초대해 자웅을 겨룬 왕중왕전에서 ‘초대 퀸’으로 우뚝 서는 순간이다. 역전당할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공동 선두로 출발했던 리디아 고(22·뉴질랜드)가 13번 홀(파5)에서만 7타를 치며 더블보기로 멀어지자 이미림이 급부상했다. 지은희가 15번 홀(파4)에서 후반 첫 보기를 범했고 이미림과 격차가 1타로 좁혀졌다. 하지만 베테랑은 지은희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이어진 16번 홀에서 칩샷을 홀 가까이 붙여 버디를 추가하며 추격권에서 벗어났다.

지은희 칩샷 연합
지은희가 샷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은희의 우승은 지난해 3월 KIA 클래식 이후 약 10개월만이자 LPGA 통산 5승째다. 32세 8개월인 그는 2010년 5월 당시 32세 7개월 18일의 나이로 LPGA 벨 마이크로 클래식을 거머쥐었던 전설 박세리(42)를 뛰어넘고 한국인 LPGA 투어 최고령 우승자로 등록됐다.

동료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텁고 기량을 인정받는 맏언니임에도 무려 3000일이 넘게 우승하지 못하는 슬럼프 기간에 한때 좌절했던 지은희는 남들이 은퇴를 고려하는 30대 들어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고 있다.

투어 13년째인 지은희는 23세이던 2009년 메이저 대회인 US 여자 오픈 정상에 서며 화려한 등장을 알렸다. 그러나 이후 8년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 사이 여러 가지 노력을 했지만 2017년 10월 스윙잉 스커츠 타이완 챔피언십 우승까지 3025일이 걸렸다. 서른 살을 넘기고 최근 1년 3개월 사이에만 3승을 쓸어 담았다. 특히 이번 왕중왕전은 의미가 남다르다. 18만달러(2억원) 외에 올해 맏언니답게 한류의 선봉에 설 발판을 마련했다.

지은희는 “유명인들과 즐기면서 골프를 쳤다. 더 재미있었고 편안했다. 그래서 별로 긴장하지도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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