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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방자치단체 ‘현장중심’ 재난대응 능력구비 화급하다

[칼럼] 지방자치단체 ‘현장중심’ 재난대응 능력구비 화급하다

기사승인 2019. 01. 21.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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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영 한양대 방재안전공학과 교수
지자체, 국민 생명·재산 책임지는 가장 작은 정부
재난과 싸우는 지자체 공직자, 전문성 확보 시급
공직자 처우개선, 교육훈련 강화, 예산편성 절실
송창영 교수
송창영 한양대 방재안전공학과 교수
1597년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은 불과 13척의 배로 133척 왜군에 승전해 임진왜란의 흐름을 바꾸고 위기에 빠진 조선을 구해낼 수 있었다. 이는 세계 전쟁사에 다시 없을 통쾌한 역전극이며, 세계 해전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가장 극적인 드라마로 뽑을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이 울돌목에서 10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왜군을 상대로 큰 승리를 거두었던 대표적인 이유는 바로 전장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그 지리적 이점을 충분히 활용한 것이다.

울돌목의 좁은 지형과 물길을 활용한 조선 수군은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으로 많은 왜군의 공격을 막아내고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 명량해전의 승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은 한양에 있는 선조가 아니라 현장에서 지역의 특성을 잘 알고 철저히 대비했던 이순신 장군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대사회에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이순신 장군과 같은 역할은 누가 해야 하는가?

최근 중앙부처에서는 모든 유형의 재난에 대해 직접 대응하겠다고 선포하고 직접 진두지휘를 하고 있다. 물론 재난관리주관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재난의 유형별로 제도를 개선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부분들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앙부처가 대한민국 전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재난에 직접 대응할 수는 없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될 일이다.

◇지자체, 국민 생명·재산 책임지는 가장 작은 정부

그렇다면 재난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가장 빨리 대응해야 하는 기관은 어디인가? 그것은 바로 지방자치단체다. 지자체는 국민의 가장 가까이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는 가장 작은 정부이며 재난이 발생했을 때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조직이다.

지난해 KT 통신구 화재, 강릉 펜션 가스누출, 온수관 파열 등 많은 사고가 일어났다. 최근 국민들은 사고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직접 찾고 국가안전관리체계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등 재난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모든 사고에 대해 정부를 찾고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다. 이러한 국민적 요구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재난대응 분야 4대 개선과제를 선정해 추진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재난 대응과 정부책임론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현장 최일선에서 재난과 싸우는 지자체 공직자의 전문성 확보다. 최근 재난관리 조직에 대한 기피 현상으로 우수한 전문 인력의 유치가 어렵다. 또 재난담당 공직자의 교육 훈련마저도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더해 공직자는 공직자법에 의해 순환보직을 실시한다.

◇재난과 싸우는 지자체 공직자, 전문성 확보 절실

태풍과 지진 등 재난을 직접 경험한 전문성 있는 공직자가 아닌, 경험이 없는 신입 공직자(‘아마추어’)에게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맡기는 격이다. 수도승처럼 인내만 하라고 하는 것은 결코 해결책이 아니다.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직자의 처우개선과 교육훈련을 통한 전문성 강화가 매우 시급하다.

또 다른 해결책은 재난현장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지원군인 시민 거버넌스의 활성화를 들 수 있다. 재난이란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능력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간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 구마모토현의 경우 지역사회의 주민 조직인 초나이카이(町內會)는 자주방재활동이나 재해대응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행정분야와의 접점이 돼 파트너 형태로 수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광주광역시가 지역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민간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재난안전 분야 시민단체와 공사·공단, 각종 운송사업조합 등으로 구성된 ‘범시민 재난안전 추진단’을 운영하고 있다.

◇공직자 처우개선, 교육훈련 강화, 예산확충 화급

하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재난발생 때 실내 구호소 운영이나 급식·청소 등 보조적 역할만 수행하는 등 시민 거버넌스 활성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시민 거버넌스의 진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심훈의 상록수처럼 시민 속으로 재난안전에 대한 의식과 인식이 가슴속에 새겨져 시민 스스로 재난안전에 대한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스스로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지자체 공직자의 전문성 확보와 시민 거버넌스의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예산 편성이다. 재난의 예산은 언제나 낮게 편성된다. 재난관리에 투입되는 예산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에 나타날 수 있는 피해에 대한 사전적 투입이라는 점에서 항상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특히 지자체의 예산 편성 때 재난예방에 필요한 예산은 새로운 사업에 대한 예산으로 간주돼 지방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역에서 신규로 편성하기가 매우 어렵다. 중앙부처가 재난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예산편성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재난 현장 가장 잘 아는 지자체, 국민 지키는 선봉장

우리는 자조(自助), 공조(共助), 공조(公助)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자신의 안전은 자신이 지키고(自助) 나서야 그 후에 주변 사람을 돕는 공조(共助), 나라의 도움을 기대하는 공조(公助)가 이뤄진다. 일본에서 64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1995년 한신·이와지 대지진 때 매몰되거나 갇혀있던 사람 중 90% 이상은 본인, 가족, 친구, 이웃 등이 구출했고 구조대가 구출한 사람은 1.7%에 불과했다.

국민은 국가에만 안전을 의지하는 응석받이가 돼서는 안 된다. 국가에 바라는 안전에 대한 보장은 스스로가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한 이후에 바랄 수 있다. 나를 알고 적을 알아야 백번 싸워도 위태함이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백척간두(百尺竿頭)다.

공직자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재난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지자체가 일선에서 국민을 지키는 선봉장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지자체는 본연의 임무와 역할을 정확히 인지하고 더 이상 중앙부처에 기댄 소극적인 재난 대응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재난 대응역량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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