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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보이스피싱범에게 대여해준 통장에 입금된 돈 빼써도 횡령”

대법 “보이스피싱범에게 대여해준 통장에 입금된 돈 빼써도 횡령”

기사승인 2019. 01. 2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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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전원합의체2
대법원 전원합의체 /대법원 제공
보이스피싱범에게 대여해준 자기 명의 통장에 입금된 사기피해금을 인출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여모씨(64)의 상고심에서 횡령죄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통장 명의인이 잘못 송금·이체한 돈을 보관하지 않고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송금의뢰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며 “이러한 법리는 명의인이 개설한 통장이 전기통신금융사기(이른바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돼 피해자가 사기피해금을 송금·이체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여씨는 2016년 8월 A씨로부터 “사용 중인 통장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거래내역을 만들어 신용도를 올린 후 10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자신의 은행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며칠 후 해당 계좌에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총 120만원이 입금되자 여씨는 이 중 4만5000원을 계좌이체를 통해 자신이 사용하는 팩스요금으로 지불하고, 115만원을 인출해 사무실 임대료를 지급했다.

앞서 1심은 여씨의 횡령 혐의까지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여씨와 사기피해자들 사이에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에 의한 위탁관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횡령혐의를 무죄라고 판단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범인들이 사용하는 계좌로 돈을 송금한 순간 이미 사기죄는 기수에 이르기 때문에 범인들이 피해자들과의 관계에서 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으며, 이 같은 법리는 사기 범행에 이용될 것이라는 사정을 알면서도 계좌를 빌려줌으로써 사기 범행을 방조한 방조범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종래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결론이었다.

하지만 2심 판결 이후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법원은 통장을 대여해준 사람이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돈을 보관하는 지위, 즉 횡령죄의 주체가 된다고 결론 내렸다.

여씨는 횡령죄 외에도 2016년 11월 면허도 없이 화물차를 운전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을 치어 전치 6주의 부상을 입힌 혐의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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