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주 52시간제로 문화계 지각변동...“공연시간 앞당기고 워라벨 마케팅”

주 52시간제로 문화계 지각변동...“공연시간 앞당기고 워라벨 마케팅”

기사승인 2019. 01. 23. 10:41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공연 30분전 강의·이벤트 늘어나...현실적으로 제작 관행 바뀔지 미지수
예술의전당 음악당 전경
예술의전당 음악당 야간 전경./제공=예술의전당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 등의 가치관과 맞물리면서 확산되는 가운데 문화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23일 공연계에 따르면 주 52시간제로 인해 퇴근 시간이 빨라짐에 따라 공연 시작 시간이 30분 앞당겨지고, 관련 마케팅과 이벤트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국내 대표 공연장 중 하나인 예술의전당은 올해부터 평일 공연 시작 시간을 기존 오후 8시에서 7시 30분으로 앞당길 수 있도록 음악당(콘서트홀, IBK챔버홀, 리사이틀홀) 대관 규약을 바꿨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오후 8시 시작이 원칙이지만 7시 30분 시작도 가능하다는 조항을 둔 것”이라며 “관객과 대관 기획사들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전했다.

예술의전당은 아예 내년부터는 공연 시작 시간 원칙을 오후 7시 30분으로 변경한다. 오후 8시 공연이 필요한 경우 일정 변경 신청을 해야 한다. 이러한 대관 규약 변경 사례는 국내 주요 공연장 중 처음이라 타 기관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미 오후 7시 30분에 공연을 시작하고 있는 공연장들도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대관 공연이 아닌 자체 기획 공연과 9개 상주예술단체 공연을 저녁 7시 30분부터 진행하고 있다. 최근 개관 40주년 기념으로 대극장에서 선보인 뮌헨필하모닉 내한공연도 이 시간에 시작했다. 국립극단과 남산예술센터 등도 일부 공연을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한다.

공연계에는 주 52시간제 시행과 관련된 마케팅도 늘고 있다.

인터파크는 27개 공연과 전시 상품을 최대 87% 할인해주는 ‘워라벨 페스티벌’을 진행했다. 뮤지컬 ‘시카고’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52hr 타임-세일’을 내걸고 50%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열었다.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를 선보인 연극열전은 ‘야근 넘어 도망친 직장인’이라는 타이틀로 사원증 등을 제시하는 직장인에게 20% 할인혜택을 줬다. 앞으로도 이러한 마케팅은 더욱 본격화될 조짐이다.

퇴근 시간이 앞당겨짐에 따라 공연 30분 전 진행되는 강의나 이벤트도 많아졌다.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은 공연 30분 전 관객과 소통을 위한 사전 공연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유명 작곡가들의 숨겨진 작품을 소개하는 ‘익스플로러’ 시리즈에서 클래식 평론가가 공연 직전 20분간 강연하는 ‘프리 콘서트 렉처’를 진행했다. 뮤지컬 ‘록키호러쇼’는 배우들이 관객에게 댄스를 가르치고, 태양의 서커스 ‘쿠자’는 광대들이 관객에게 팝콘을 쏟고 모자를 뺏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였다.

올해 공연계가 주목해야 할 키워드 가운데 ‘주 52시간제’를 첫 번째로 꼽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벨’ 라이프 스타일이 관객과 근로자 모두에게 발견되고 있다”며 “이런 경향은 더욱 빠르게 확산돼 공연계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 52시간제 시행이 공연계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제작 관행을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손수연 음악평론가는 “주 52시간제가 정착되면 공연 관람 등 여가 시간을 활용하는 문화가 더욱 확대되겠지만 아직은 과도기”라며 “현실적으로 30분 빨라지는 공연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없는 관객들이나 당장 주 52시간제를 준수하기 어려운 공연시장의 특수성 등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