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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과거사위, ‘삼례 나라슈퍼’ 부실수사 지적…형사공공변호인제·장애인 영상녹화제 등 권고

검찰 과거사위, ‘삼례 나라슈퍼’ 부실수사 지적…형사공공변호인제·장애인 영상녹화제 등 권고

기사승인 2019. 01. 2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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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6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와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첫 연석회의가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김갑배 위원장의 주재로 열리고 있다./연합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재조사한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수사당국이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피의자들을 상대로 허위자백을 받고 수사를 미진하게 진행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수사단계에서의 형사공공변호인제도 도입, 장애인 조사 과정에서 필수적인 영상녹화제도 마련 등을 권고했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은 1996년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 위치한 나라슈퍼에 3임조 강도가 침입해 금품을 강탈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유모씨가 질식사한 사건이다.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임모씨(당시 20세)와 최모씨(당시 19세), 강모씨(당시 19세)를 강도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법원도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해 판결이 확정됐다.

이들에 대한 유죄판결 확정 이후 1999년 부산지검은 배모씨 등 3인이 삼례 사건의 진범이라는 제보를 받고 수사를 진행해 자백을 받았다. 이후 사건은 애초 수사를 맡은 전주지검으로 이송됐으나 전주지검은 배씨 등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사건을 ‘혐의없음’ 처분했다. 억울하게 복역 중이던 최씨 등은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됐고 결국 형기를 다 마친 후인 2015년 다시 재심을 청구해 2016년 무죄를 확정받았다.

과거사위 조사기구인 검찰 진상조사단이 사건을 다시 살펴본 결과 애초 삼례 3인을 수사한 경찰관들은 이들에게 사건 당시 재연을 적극적으로 지시했고 재연을 못하는 경우 욕설을 폭행을 가했다. 당시 최씨는 현재 기준 지적장애 3급에 해당하는 자였고 강씨 역시 지능박약자로 정신감정이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당시 경찰이나 검찰은 이들의 지적 능력에 대해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이들의 허위자백을 그대로 재판에 넘겼다.

조사단은 검찰 수사과정에서의 폭행, 협박 등 가혹행위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임씨는 조사단 조사에서 “무서웠다. 원래 경찰보다 검찰이 더 무서웠다”며 “자백하지 않으면 무기징역도 받을 수 있다고 말해 무서웠다”고 진술했다. 반면 당시 담당검사는 “임씨 등이 경찰 자백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어떠한 강압이나 폭행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과거사위는 경찰의 가혹행위로 인해 억압된 심리상태가 검찰 수사에서도 지속됐으며 당시 검사도 고압적인 분위기를 형성해 허위자백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이 당시 미성년자였고 지체장애 증상이 있었던 만큼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이야기한 것은 부적절한 언행이었다는게 과거사위의 판단이다.

조사단은 1999년 검사가 작성한 강씨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와 임씨에 대한 조서가 진술자만 다를 뿐 문장구조와 내용이 일치한 점, 이들이 실제 사용했다고 보기 어려운 법률용어들이 언급돼 기재된 점도 확인했다.

과거사위는 피의자가 자백하는 경우 검찰이 경찰 단계에서 작성된 조서를 복사해 사용하는 것이 수사 편의상의 관행일지라도 이번 사건과 같이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형사사법 관계자 모두 반성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지검에서 전주지검으로 사건이 이송된 경위에 대해서는 당시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과거사위는 판단했다. 다만 빠르게 진범을 찾아 억울한 사법 피해자를 구제하는 인권침해방지 차원에서는 부산지검의 이송 결정이 부적절했다고 봤다.

당시 부산에서 붙잡힌 3인을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것에 대해 과거사위는 검찰의 부실수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부산 3인의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피해자 진술에도 부합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더 철저한 수사를 했어야 하지만 이들이 자백을 번복했다는 점, 벨소리를 들었는지 여부, 거리의 결빙정도 등 지엽적인 사실을 근거로 무혐의 처분을 한 것은 검사의 객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봤다.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과거사위는 삼례 3인처럼 지적 능력이 일반인보다 떨어지고 가족들로부터 적절한 조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수사단계에서 신청 또는 직권에 의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법적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수사과정에서 진술자가 장애인일 경우 조사과정을 필수적으로 영상녹화하고 해당 녹화물에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할 것을 권고했다.

이 외에도 수사사건은 물론 내사사건에서도 이미 처리한 사건의 결론과 배치될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 대해서는 항고사건이나 재기명령사건의 배당절차를 참고해 기존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나 수사관들이 배제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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