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대법 “불법수사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은 권리남용”

대법 “불법수사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은 권리남용”

기사승인 2019. 02. 07. 14:37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검찰 '비자금 의혹' 대법원 첫 압수수색<YONHAP NO-3490>
대법원 / 연합
불법적인 구금과 고문을 통해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가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고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때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피해자가 재심을 통해 무죄 확정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어려운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봐야하며, 그 원인은 국가가 제공한 것이기 때문에 시효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정모씨와 그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 등에 기초해 기소돼 유죄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뒤늦게 재심사유의 존재가 밝혀져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된 다음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채권자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실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것”이라며 “따라서 이런 경우 채무자인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정씨는 1981년 버스에서 “이북은 하나라도 공평히 나눠 먹기 때문에 빵 걱정은 없다”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구속기소 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정씨는 1982년 자신을 수사한 경찰들을 불법감금과 고문 혐의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결론을 내리고 기소하지 않았다.

20여년 뒤 정씨는 자신의 유죄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2014년 5월 “경찰이 불법감금·고문한 사실이 인정되고, 정씨의 발언만으로는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정씨 등은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앞서 1·2심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인 5년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