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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리스크 정면돌파 ‘이재용’ 우회전략 짜는 ‘최태원’

中 리스크 정면돌파 ‘이재용’ 우회전략 짜는 ‘최태원’

기사승인 2019. 02. 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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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국 반도체공장을 찾아 경쟁력 점검에 나선 반면 최태원 SK 회장은 동남아에 5억달러(한화 5500억원) 투자를 결정하는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구정 이후 첫 행보에 삼성은 최대 격전지 중국을 겨냥해 반도체 부진 정면돌파 의지를, SK는 그룹 역량을 한데 모아 동남아 등 새로운 시장에서 돌파구를 모색하는 방식으로 각각의 색깔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 및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 20%를 견인했던 반도체 수출은 최근 2개월 연속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12월엔 -8.3%, 올 1월엔 -23.3%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 비중 25%가 넘는 대(對)중국 수출은 지난달 19.1% 줄며 2016년 1월 이후 최악의 부진을 기록했다. 반도체가 그룹의 핵심인 삼성·SK로선 뼈 아픈 통계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전년대비 29% 급감한 영업 성적표를 내놨다. 반도체 한 종목에 삼성이라는 초거대기업의 희비가 생각보다 쉽게 갈릴 수 있음을 시장은 확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유일한 반도체 해외 메모리 생산기지인 시안 공장을 방문한 것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정면 돌파로 해석된다. 중국은 삼성이 꼭 가져가야 할 최대 시장이면서, 추격을 뿌리쳐야 할 잠재 격전지다. 중국정부는 2025년까지 160조원을 쏟아붓는 소위 ‘반도체 굴기’를 발표하고 추진 중이다.

이 부회장의 이번 방문이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드러내 온 반도체 사업 자신감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외신들은 반도체 업황 부진에 중국의 반도체 진출 야욕이 꺾이고 있다는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장기 글로벌 전략을 수립하고 승부수를 던져야 할 중요한 시점에, 마지막 현장 점검에 나선 게 아니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SK그룹은 설 연휴가 채 끝나지 않은 6일 동남아 투자를 전담하는 ‘SK동남아투자회사’에 대해 약 5500억원 규모 추가 투자를 결의했다. 그룹 지주사인 SK㈜ 외에 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 E&S 등 5개 핵심계열사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 “지난해 베트남 마산그룹에 투자하면서 관계사들이 공동으로 동남아 진출을 추진했고, 이번 건은 그 후속의 일환으로 보면 된다”면서 “아직 구체적 투자처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계에선 SK의 글로벌 전략 중심 축이 기존의 중국에서 동남아를 비롯한 신흥 시장으로 옮겨간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내세웠던 SK가 더 이상 이를 강조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차이나 인사이더’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이 아니라 중국 토종기업처럼 인식돼야 한다는 철학 속에 장기간 안목을 갖고 추진돼 온 SK만의 중국 공략법이다.

최 회장이 2015년 출소 후 첫 해외출장지로 택한 곳도 중국이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중국 창저우에 대규모 배터리 셀 공장을 착공하는 등 투자를 약속했음에도, 중국시장 진출 키를 쥐고 있는 배터리 보조금 리스트엔 오르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육성과 보호무역 정책의 벽을 새삼 확인하면서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동남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게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설 이후 첫 양사의 행보를 중국을 정면돌파해야 하는 삼성과 우회 전략이 가능한 SK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경영 철학의 차이로 봐야 한다는 게 재계 일각의 해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그동안 화학·방산 등 비주력 계열사를 내다 팔아 전자·반도체에만 집중해 온 반면 SK는 에너지·반도체·바이오 등 그룹 계열사 경쟁력을 하나로 모으는 데 힘써 왔다”면서 “양사 모두 반도체에 그룹 실적이 좌우되는 상황은 같지만 각사의 포트폴리오상 (삼성은) 중국 리스크 정면돌파, (SK는) 리스크 분산 차원이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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