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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LG전자, 스마트폰 사업 계속합니까

[취재뒷담화]LG전자, 스마트폰 사업 계속합니까

기사승인 2019. 02. 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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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MC부문 영업이익 도표
“다시는 사용안해요.” “공짜폰이라 썼는데 다시는 안 쓸 겁니다.”

LG전자 스마트폰을 사용해 본 소비자들 입에서 주로 나오는 말 들입니다. 특별한 또는 우연한 기회로 LG전자 스마트폰을 써본 사람 10명 중 9명은 ‘기대 이상의 만족해’보다는 ‘사람들이 안 쓰는 데는 이유가 있어’라는 식의 답을 내놓습니다. 소비자 머리 속에 있는 선택지에는 LG전자 스마트폰은 없다는 확신마저 들게 하는 반응이죠.

삼성전자와 애플이 주도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은 LG전자에서 멀어진 지 오래입니다. 더구나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제품들에게도 밀리는 양상은 LG전자에게 끊이지 않은 ‘시련’을 안겨주는 듯 합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시장에서는 “왜 스마트폰을 만들까”라는 의구심을 끊임 없이 던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부문은 79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1~3분기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낸데 이어 4분기에는 322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MC부문의 실적악화는 지난해 만의 일이 아닙니다. 2017년과 2016년에도 각각 7364억원과 1조218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2015년에도 1196억원의 손실이 났습니다.

지난 4년간 영업적자 규모만 2조8642억원에 달합니다. 이는 2013~2014년 2년간 38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것을 고려하면 회복 불가능한 상황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LG전자는 여전히 스마트폰 사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2018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5G 단말 시장에서 순조롭게 안착하면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수요 둔화 및 여러 사업 환경이 쉽지 않겠지만, 5G 스마트폰·폴더블폰 등 새로운 기회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2~3년 뒤에는 흑자전환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입장에 대해서 시장과 소비자들은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LG전자가 스마트폰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업그레이드 된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자신감을 피력했지만 실적은 수직하강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지패드
LG G패드 IV 8.0 FHD LTE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출발선이 달랐다
LG전자 스마트폰에 의문부호를 붙이는 것은 최근에 나타난 현상은 아닙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부터 이런 반응은 이어져 왔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 공개한 이후,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휴대폰 세상은 말 그대로 ‘재창조’ 됐습니다. 인터넷 연결성이 강화된 휴대폰은 걸어다니는 개인컴퓨터 역할을 하며 ‘스마트’한 도구로 진화했습니다.

LG전자의 스마트폰에 대한 평가는 어쩌면 이 시기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이폰 등장과 맞물려 삼성전자가 발 빠르게 스마트폰 사업을 확장해 나간 것과 달리, LG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대응 속도가 더뎠습니다.

업계는 2007년부터 2010년이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추락의 근본적인 출발점으로 봅니다. 이 시기는 남용 부회장이 LG전자를 이끌던 때로, 남 부회장의 판단 실수가 원인이라는 지적입니다. 당시 남 부회장은 맥킨지 컨설팅에 의존해 ‘컨설팅 경영’을 추진했고, 스마트폰 개발보다는 마케팅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 시기는 LG전자가 피처폰 시장에서 프라다폰·초콜릿폰 등으로 글로벌 점유율 10%를 유지하던 시기로, 새로운 신형 폰 개발보다는 마케팅을 통한 고객 확대가 맞는 방향이라고 판단한 것이었죠.

하지만 이 시기를 놓친 LG전자는 결국 스마트폰 시장 진입이 늦어졌고, 후발 주자중에서도 한참 뒤떨어진 업체로 인식됐습니다. LG그룹 관계자들은 이 시기를 ‘LG전자의 암흑기’라 부를 정도로 지우고 싶은 기억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LG G3
LG G3

◇‘회장님 폰’의 등장…‘찻잔 속 태풍’으로
LG전자는 2010년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갖춘 스마트폰을 내놨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남 부회장이 물러나고 LG전자를 맡은 구본준 부회장은 스마트폰 사업에 힘을 실어주게 됩니다. 물론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었습니다.

‘옵티머스’ 시리즈를 출시하며 스마트폰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던 LG전자는 2012년 일명 ‘회장님 폰’으로 불리는 ‘옵티머스G’를 출시했습니다. 당시 3개월만에 100만대를 판매하는 등 인기를 끌며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2013년에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두드리면 자동으로 화면이 켜지는 ‘노크온’ 기술을 적용한 G2가 출시됐고, 2014년에는 글로벌판매 1000만대를 기록한 G3가 시장에 나오게 됩니다.

당시만 해도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겠다는 기대도 나오곤 했죠. 하지만 소비자들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에는 삼성 갤럭시S와 아이폰 이외의 제품에 대한 호기심이, 그 다음은 부족하지만 개선된 제품이 나왔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판매실적이었던 듯 합니다. 2013년 태블릿 시장에서 성공을 기대하며 출시했던 8.3인치 ‘G패드’ 역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소비자 관심에서는 멀어져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일 듯 합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최적화 문제, 혁신적이지만 현실에서는 불필요한 기능 등 소비자가 느끼는 LG전자의 스마트폰 품질은 낮게 각인돼 버렸습니다. LG전자의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은 LG직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 것도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LG G 플랙스
LG G 플랙스
◇4차 산업 시대에서 중요한 것은 ‘단말기’?
소비자와 시장은 ‘LG는 왜 스마트폰을 계속 만들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습니다. LG전자는 4차 산업 시대에서 핵심 산업인 5세대 통신(5G)·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홈·자율주행차 등에 단말기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런 대답에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소비자들도 많습니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에 중화권 기업들이 중저가 폰을 앞세워 점유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반면 LG전자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1.9%, 약 7위 수준입니다. 이렇게 낮은 점유율로 4차 산업 시대에 필요한 단말기 제조사가 되겠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이죠.

무엇보다 AI기반 커넥티드 산업에서 단말기의 브랜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완성차 업계는 이미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와 iOS운영체계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와 관련해서는 통신시스템이 단말기 보다 더 중요한 핵심 요소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가전업계에서 내놓는 AI제품들은 사람의 목소리를 인식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사용자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도 단말기보다는 단말기 운영체계의 호환문제가 있을 뿐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이유로 LG전자의 MC부문이 단말기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기 보다는 플랫폼 개발 등 B2B 영역으로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LG전자도 플랫폼·모듈화 전략 기반으로 사업구조를 개선해 왔습니다. 하지만 단말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MC부문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입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더 있을 지도 모릅니다. 다만 지금 상황만 보면 스마트폰 제조·판매 사업이 ‘케시카우’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단말기 제조를 벗어나 조금 더 큰 시각에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인 듯 합니다. 그 답은 LG그룹안에서 찾을 수도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LG이노텍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B2B 기업으로 성공한 것은 LG전자 MC사업부문에게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LG V40 thin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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