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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IT업계 최초 파업 돌입 시사…“20일 첫 공식 쟁의행위 예정”

네이버, IT업계 최초 파업 돌입 시사…“20일 첫 공식 쟁의행위 예정”

기사승인 2019. 02. 1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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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노동조합이 이달 20일 첫 공식 쟁의행위를 시작으로 노동 쟁의행위를 본격화했다. 네이버 노조는 가장 강력한 단체행동권인 ‘파업’을 포함해 모든 노동 쟁의행위의 가능성을 열어둔다고 선포했다. 만약 네이버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다면, 이는 IT업계 최초의 일이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전국화학섬유 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는 이달 11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와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어서 “3월 말경에는 IT업계 및 화학섬유식품노조 산하의 노동조합들과 연대한 대규모 쟁의행위까지 고려 중”이라며, 다만 “대규모 쟁의행위가 파업이 될 것인가에 대해 ‘시작부터 파업을 원하는 노동조합은 없다’고 답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노조는 “파업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 사측이 우리를 내몬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 사측과의 조정까지 결렬돼 네이버와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컴파트너스 등 3개 법인은 집회·피케팅·시위·천막농성·파업 등의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31일 진행된 네이버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찬성 96.07%(투표율 97.82%)로 가결됐다.

노조가 파업까지 염두에 둔 단체행동 배경으로는 △경영진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인식 부재 △조정안 거부(협정근로자) 두 가지다. 그러나 노조의 주장에 네이버 역시 강하게 의문을 제기하면서 향후 ‘대화’의 장이 조성될 지 주목된다.

◇노조 “경영진, 기본적 인식 결여” VS 네이버 “노조, 소통할 의지 없어보여

노조는 교섭 초기 자회사 경영진 인사권 및 운영에 대한 결정 권한을 네이버 본사가 가지고 있어 통합교섭을 요구했으나 네이버에서 자회사 권한이 크다고 주장하며 거부해 법인별 교섭을 진행했다. 이에 네이버·NBP·컴파트너스·라인플러스·NIT·NTS 등 6개 법인에 대한 교섭을 진행해 왔으나 이 중 3개 법인(네이버·NBP·컴파트너스)의 교섭이 결렬됐다.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은 “개별 교섭을 진행했으나 네이버가 참석하지 않은 교섭은 무의미했다”며 “결국 네이버가 결정하는 구조”라 말했다. 노조는 “대승적인 양보와 대화를 지속해왔으나 회사는 그 어떠한 양보안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상후 협의의 과정일 뿐, 일방적인 양보를 통해 진행될 수 없는 영역이다”고 답변했다. 이어 “노조 측은 중노위 결렬 이후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 요청을 한 바 없다”며 “소통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 반박했다.

◇노조 “갑작스러운 협정근로자 조항” VS 네이버 “노조 측 이중적 태도 의문”

네이버 노조와 네이버는 지난달 10일과 16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복리후생·단체교섭요구안 등을 두고 노동쟁의 조정 절차를 진행했으나 네이버의 조정안 거부로 최종 결렬됐다. 네이버는 당시 자사가 요구한 협정근로자안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자사의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협정근로자 지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노조는 협정근로자 지정은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조항으로 조정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협정근로자는 파업 등 쟁의행위에 참가할 수 없는 근로자를 말한다.

노조는 “사측에서 요구한 노조원의 협정근로자 비율이 80%에 달한다”며 “80%를 협정근로자로 지정하면 그건 노조가 아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러면서 “새삼스레 교섭 중간 9월에 와서야 협정근로자를 끼워 넣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이다”고 주장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협상이 진행되면서 9차례는 노조 측의 일방적인 요구였다. 10번째가 돼서야 우리 측 입장을 내세운 것”이라 반박하며 “범위나 대상자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야기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날 오후 3시경 공식입장을 발표하고 “KT·SKT와 같은 IT기업도 협정근로자를 지정하고 있으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소속 노조가 있는 동서식품과 OB맥주도 협정근로자를 두고 있다”고 추가 설명했다. 이어 “노조원의 80%가 협정근로자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도 노조의 일방적 주장일 뿐, 대상과 범위는 대화로 정할 문제”라 일축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해 11월 협정근로자 조항을 핵심 논의 안건에 포함시키는데 동의한 이후, 태도를 바꿔 해당 조항에 대해 줄곧 부정적인 언급을 하며 사실상 논의 거부의사를 밝혔다. 네이버는 이러한 노조의 이중적 태도가 의문이라는 설명이다. 네이버는 “협정근로자 조항을 핵심 논의 안건에 포함시킨 게, 교섭 속보에 나온 표현처럼 단지 ‘협상의 진척을 위해서’였을 뿐이었다면, 교섭에서의 논의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노조에 묻고 싶다”고 반발했다.

오세윤 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네이버에 “서비스 중단이 우려된다면 서비스를 만드는 노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진실된 자세로 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노조가 단지 ‘협상의 진척을 위해서’나 구색을 맞추기 위한 교섭이 아닌 출범 당시의 초심을 잃지 말고 새로운 노사문화·IT노조다운 모습을 만들어가기 위해 진실된 자세로 교섭에 임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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