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훈센 ‘경제 vs. 정권생존’ 갈림길…EU 무관세철회 카드에 경제파탄 가능성

훈센 ‘경제 vs. 정권생존’ 갈림길…EU 무관세철회 카드에 경제파탄 가능성

기사승인 2019. 02. 12. 17: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Cambodia Politics <YONHAP NO-3069> (AP)
캄보디아 민주주의 후퇴·인권 침해에 대해 말로 경고만 하던 EU가 11일(현지시간) 무역특혜 철회를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EU는 캄보디아 최대 수출지다. EU가 무관세를 중지하면 캄보디아의 막대한 경제적 타격이 예상된다. 훈센 총리는 경제냐 정권생존이냐를 놓고 갈림길에 서게 됐다. 사진은 지난해 9월 5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국회의사당 앞에서 훈센 총리가 군대를 사열하는 모습. /사진=AP,연합뉴스
지난해 총선 이후 일당독재 나라가 된 캄보디아가 이번엔 경제파탄 위기에 직면했다. 수출 비중 1위인 유럽연합(EU)이 무역특혜 철회를 검토하고 나선 것. 정권 생존에 빨간불이 켜진 훈센 총리는 무역특혜 철회에 따른 경제 위기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출 타격으로 대량실업이 발생하면 정권교체 요구가 거세져 정권 유지가 더욱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일각에선 메콩강 주변국에서의 중국 군사·경제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EU의 ‘훈센 옥죄기’가 캄보디아의 친중 행보를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의 1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EU는 이날 캄보디아 정부가 민주주의·인권·노동권을 조직적으로 침해하고 있다며 “그간 적용해온 EBA(Everything But Arms) 등 무역특혜를 철회하기 위한 평가작업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EU 시장에서의 무역특혜를 유지하려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U는 앞으로 12개월간 캄보디아 정부와 접촉해 무역특혜 유지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실제 무역특혜 중지를 적용하기까지는 철회 결정을 기점으로 6개월이 더 걸린다.

EU가 캄보디아에 무관세 혜택을 준 데에는 인권을 증진하고 민주주의를 확산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EU는 개발도상국 49개국에 무관세 혜택을 줘서 빈곤 탈출을 돕는 한편 해당 국가의 인권 증진 및 법치 실현을 꾀해왔다. 하지만 훈센 총리가 지난 총선에서 야당 탄압 및 언론 재갈 물리기로 의회 의석을 싹쓸이하자 EU는 EBA 혜택 중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basic_2018
후발 개발도상국인 캄보디아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은 EU의 무역특혜 영향이 컸다. 캄보디아는 EU로 수출할 때 무기를 제외한 모든 품목에서 무관세·무쿼터를 적용하는 EBA 혜택을 누려왔다. 덕분에 캄보디아의 대(對) EU 수출은 2014년 27억7884만 유로(약3조5200억원), 2015년 37억7230만 유로(약 4조7800억원), 2016년 41억7775만 유로(약 5조3000억원)를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특히 2017년 기준으로 캄보디아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EU 비중은 52%로, 50억 유로(약 6조3000억원)에 육박한다.

무역특혜 지위를 잃는다면 경제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UNSW)의 칼 세이어 명예교수는 “EBA 철회는 캄보디아 최대 산업인 섬유업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십만명의 노동자들이 실업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이는 사회 불안과 경제난을 야기하고 훈센 정권의 안정을 위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훈센 총리는 코 앞에 닥친 경제 위기 타개가 아닌, 정권 유지에 올인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벼랑 끝 전술을 펼치며 EU와 기(氣)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 훈센 총리는 지난 14일 수도 프놈펜의 도로 기공식에서 “EU가 EBA 철회를 이행하면 야당의 목을 더 조를 것”이라며 “야당이 죽기를 원하면 철회하라”고 으름장을 놨다.

일각에선 EU의 칼 겨누기가 캄보디아·중국의 밀착이 강해지는 시기에 나온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경고한다. 무역특혜 철회의 반대 급부로 캄보디아의 중국에 대한 정치·군사·경제적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 실제 훈센 총리는 친중 행보를 가속화하면서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지원금과 군사 장비를 제공받고 있다. 미국 옥시덴탈대학 이어 소팔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훈센 총리의 유일한 대답은 ‘더 중국(More China)’”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EU 요구를 받아들이면 권력 약화는 물론 통제력을 잃게 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경제 파탄은 물론 색깔혁명(정권교체)에 직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