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슨 생일날 ‘꿈’ 이뤄질까, 페블비치 캐디 외할아버지와 US 오픈

기사승인 2019. 02. 1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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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bble Beach Golf <YONHAP NO-0660> (AP)
필 미켈슨(오른쪽)이 12일(한국시간) PGA 투어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18번 홀 그린에서 동생이자 캐디인 팀 미켈슨과 포옹하고 있다. 미켈슨은 이번 대회 통산 5번째 우승을 일궈냈다. 사진=연합뉴스
필 미켈슨(49·미국)이 쉰 살을 바라보는 나이에 제2의 전성기를 열어젖히듯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파72·6816야드)에서 또 한 번 신들린 샷 감을 발휘하며 3타차를 뒤집고 3타차 역전우승을 일궈냈다. 1900년대초 25센트를 받고 캐디로 일했던 외할아버지의 기억이 서린 이 코스는 그에게 약속의 땅이다. 내친 김에 올 6월 같은 곳에서 벌어지는 US 오픈 챔피언십을 통해 골프 인생 마지막 목표인 커리어 그랜드 슬램(4대 메이저 대회 모두 우승)의 가능성도 활짝 열었다.

왼손잡이 미켈슨은 1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2·6816야드)에서 전날 일몰로 끝내지 못한 AT&T 페블비치 프로암(총상금 760만달러·약 85억6000만원) 4라운드 잔여 경기를 치러 우승을 확정했다. 이날 17~18번 홀을 소화한 그는 4라운드 7언더파 65타를 기록하며 최종 합계 19언더파 268타로 이 대회 역대 최다 타이인 통산 5번째 우승(1998·2005·2007·2012·2019년)을 거머쥐었다. 남은 3개 홀을 뛴 폴 케이시(42·잉글랜드)는 16언더파 271타로 3타차 단독 2위에 올랐다.

미켈슨의 PGA 우승은 지난해 3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멕시코 챔피언십 이후 11개월만이자 PGA 통산 44번째다. 미국 본토 대회 우승으로는 2013년 피닉스 오픈 이후 6년만이고 만 48세 8개월인 미켈슨은 2008년 만 47세로 우승한 스티브 로리의 이 대회 최고령 우승 기록도 깼다.

약속의 땅이 된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는 2004년 작고한 외조부 알 산토스의 기운이 서려있다. 포르투갈 이민자 집안으로 하와이를 거쳐 캘리포니아주에 정착한 외조부는 집안의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13살 때부터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 무대가 골프 링크스였다. 미켈슨의 어머니인 메리는 “아버지 집안은 너무 가난해 신발을 사줄 돈조차 없었다”고 회상한다. 신발이 구멍 나면 그 안에 판자를 끼워 신고 다녔던 시절이다.

미켈슨은 캐디 외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PGA 투어 진출 후 우승할 때마다 18번 홀 깃발을 챙겨 선물했다. 깃발이 너무 많아지자 외할아버지는 “앞으로 메이저 우승 깃발만 가져오라”는 말로 외손자를 독려했지만 미켈슨의 첫 메이저 우승(2004년 4월 마스터스) 직전인 3월 숨을 거뒀다.

공교롭게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가 올 6월 미켈슨이 유일하게 우승하지 못한 메이저 대회인 US 오픈이 열릴 대회 장소여서 더욱 주목된다. US 오픈에서 준우승만 6번을 하면서 징크스가 생긴 미켈슨이 US 오픈 정상에 서면 마침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ESPN은 “미켈슨이 6월 US 오픈 마지막 날에 49번째 생일을 맞는다”며 “누구도 지금 미켈슨의 나이에 메이저 챔피언에 오르지 못했다. 6월 꿈이 이뤄질지 한번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작년 추수감사절 때 타이거 우즈(44·미국)와 맞대결에서 승리한 뒤 3주전 데저트 클래식 준우승까지 미켈슨의 최근 기세가 남다르다. 그는 “지난 연말부터 드라이버샷 스피드가 시속 5~6마일 빨라지는 등 뭔가 긍정적인 일들이 일어나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이런 좋은 것들을 계속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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