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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원유 시장 큰손 된 미국, 아시아도 “셰일유 사자”

세계 원유 시장 큰손 된 미국, 아시아도 “셰일유 사자”

기사승인 2019. 02. 1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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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분수령과 같은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45년 만에 처음으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거듭난 것. 셰일유 덕분에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지난 10년 간 2배 이상 증가했다. 아시아로의 원유 수출도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 지금까지 아시아는 중동산 원유에 크게 의존해 왔지만 점차 미국으로부터의 원유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세계 에너지 지정학’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과 원유업계 관계자들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일평균 1090만 배럴로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2017년만 해도 세계 3위의 원유 생산국이었던 미국은 1위 러시아와 2위 사우디를 제치고 2018년 9월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올라섰다. 생산 원가를 혁신적으로 낮춘 덕분에 셰일유 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서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고 닛케이아시안리뷰는 12일 설명했다.

미국은 1970년대 초 제1차 석유파동을 계기로 지속돼 온 원유 수출 제한을 2015년 폐지했다. 그러자 미국의 원유 수출은 급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미국은 글로벌 원유 수출 순위 4위에 기록됐다. 대니엘 예긴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2020년대 초까지 원유 순(純) 수출국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원유 수입 지역인 아시아에서도 미국산 원유가 가져올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바이어들 사이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등 미국산 원유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총 45만7000 배럴의 미국산 원유를 수입, 2017년에 비해 8배나 증가했다. 이는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통해 대미 무역흑자를 줄여 미국과의 무역 마찰을 피하려는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쉬리 비제이 고칼레 인도 외무장관 역시 지난해 11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만난 뒤 미국산 원유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원유와 가스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올해만 수입액이 40억 달러 가량 될 전망”이라며 “(회담에서) 양국 간 교역 확대의 수단으로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원유와 가스를 수입할 준비가 돼 있음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올해도 아시아의 미국산 원유 수입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운송료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데다 미국 내 석유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국산 원유의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 산유국인 베트남도 자국산보다 값이 더 싼 미국산 원유 수출을 늘릴 계획이다. 글로벌 에너지 분야 정보 분석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글로벌플라츠(S&P Global Platts)’에 따르면 베트남 국영기업 중꿧(Dung Quat)정유는 오는 4월 처음으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최대 100만 배럴을 인도받을 예정이며 향후 미국산 원유 수입을 더욱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11월 미국은 이란산 원유에 대한 수입 제재를 발효하면서 한국과 일본 등 8개국에 대해 제재를 일시 면제한 바 있다. 제재 면제 기간이 오는 5월 종료되면 이들 면제국들도 이란산 원유의 대체재가 필요한 만큼 미국산 원유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석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의 변신은 세계의 정치적 역학 관계마저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실제 미국은 갈수록 중동 문제에 대한 관여를 줄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동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석유시장 내 미국의 영향력 확대는 그간 생산량 조절을 통해 글로벌 유가를 좌지우지해 온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파워를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셰일유 생산량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늘려나간다면 원유 가격에는 하방 압력이 가해질 수 밖에 없다. 유가 하락은 결과적으로 원유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나 중동의 재정적 기반마저 흔들 가능성이 높다고 일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의 노가미 다카유키(野神隆之)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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