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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동남아진출 전략 ‘주춤’

KB금융, 동남아진출 전략 ‘주춤’

기사승인 2019. 02.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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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부코핀은행 주가 반년 새 12% 하락
2대주주로 경영권 행사도 제약 적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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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의 ‘동남아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에서는 LIG손해보험(현 KB손보)·현대증권(현 KB증권) 인수를 버팀목 삼아 ‘리딩 금융그룹’으로 올라서는 성공적인 결과를 냈지만 적어도 해외에서는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정부의 ‘신남방 정책’에 부응하려고 국민은행을 통해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지분 투자한 부코핀은행의 시장 가치가 7개월만에 반토막 나면서 매입 가격이 적정했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보유 지분도 22%에 불과해 경영참가도 용의치 않아 KB금융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리딩 금융그룹’ 경쟁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시장에 성급하게 발을 들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과거 카자흐스탄 시장에 투자했다 실패한 뼈아픈 경험도 있는 만큼 동남아 시장 진출 전략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주가는 376루피아(원화 약 30.12원)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7월 부코핀은행의 주식 22%를 매입할 당시 주가(430루피아)보다 12.6% 하락했다. 특히 매입주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570루피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 하락폭은 34%로 더 커진다.

국민은행은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1억100만불에 인수했다. 원화로 환산한 부코핀은행의 장부상 취득원가는 1130억원이다. 당시 시장가격을 반영한 공정가치는 절반에 그치는 684억원이다.

문제는 부코핀은행의 주가가 약세로 시장 가치도 덩달아 떨어졌다는 점이다. 376루피아를 기준으로 봤을 때 국민은행 보유 지분 가치는 원화로 605억원 수준에 불과해졌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보유한 지분가치가 반토막난 셈이다.

취득한 지분 규모도 논란 거리다. 다른 시중은행들이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을 인수할 당시 대부분 지분 전량을 매입해 경영권을 확고히 한데 반해 국민은행은 재무적 투자로 진출했다. 신한은행은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의 지분 99%를, 하나은행은 PT Bank KEB하나의 지분 89.01%를,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의 지분 7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재무적 투자로 경영 참여 자체가 힘들다. 현지 은행 인수 프리미엄을 고려해도 당시 주가보다 비싸게 주고 샀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현재 부코핀 은행에는 국민은행 본부장급 임원과 직원 소수만이 파견된 상태다.

KB금융이 앞서 LIG손보와 현대증권 인수 과정에서 지분 대부분을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던 경험에 비춰봤을 때 부코핀은행의 지분을 소수만 매입한 것은 이례적이다. 향후 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지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국민은행의 소극적 행보는 과거 카자흐스탄 시장에서의 실패 경험이 트라우마로 작용했던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은행은 2008년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 41.9%를 9541억원에 매입했다가 10년 만에 1000억원으로 손실 처리하며 지분을 매각했다.

굳이 부코핀은행 지분을 성급하게 인수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부코핀은행의 경우 인도네시아에서 자산 기준 14위, 322개의 지점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부실채권비율(NPL)은 6.9% 수준이다. 총자산순이익률(ROA)와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각각 0.5%, 7.2%로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어 건전성이 좋다고 볼 수 없다.

물론 M&A 대상기업의 가치평가는 누가 평가하는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고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시점에 따라 평가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M&A의 성공여부가 짧게는 1년 길게는 수년이 흐른 후에 나오는 이유다.

인도네시아에서의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부코핀은행의 건전성 관리에도 적극 나서는 한편 수익성도 높여야 한다는 과제를 안았다. 또한 매입 당시보다 하락한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부코핀은행 주가는 인도네시아 증시 변동폭 내에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부코핀은행 지분 매입은 중장기적 관점의 투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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