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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총알오징어 좋아하면 오징어 씨 말린다

[기고]총알오징어 좋아하면 오징어 씨 말린다

기사승인 2019. 02.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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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3) 서장우원장 기고사진
서장우 국립수산과학원장
‘이번 주말엔 총알오징어 어떠세요?’ 명절을 앞둔 대형 할인마트에서 총알오징어 반값 행사를 홍보하는 문구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총알오징어’를 검색하면 각종 블로그와 유튜브에는 총알오징어 요리법에 관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심지어 겨울철 별미라고까지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총알오징어라는 어종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 오징어와 다른 어종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총알오징어는 우리가 주로 먹는 살오징어의 새끼라고 보면 된다.

크기가 작고 그 생김새가 총알과 비슷해 총알오징어라고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몸통 길이가 5~6cm인 새끼 오징어를 총알오징어라 불렀는데 최근에는 포획금지 체장을 갓 벗어나 몸통 길이가 12~15cm인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단년생인 오징어는 태어난 지 3개월이 지나면 몸통 길이가 9~12cm로 성장하고, 5~6개월이 지나면 14~19cm까지 성장한다.

그런데 살오징어는 크기가 20cm 이상은 되어야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 우리가 먹는 총알오징어는 산란기를 거치지 못하고 식탁에 오른 것으로 봐야 한다.

새끼 오징어가 충분히 자라 산란기를 가질 시간을 주지 않고 잡기만 하니 오징어 자원은 급격히 줄어들고 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총알오징어를 보면서 가장 먼저 명태가 생각났다. 명태는 과거 1980년대에는 연평균 8만3000톤 잡힐 정도로 동해안의 대표 어종이었다.

그러나 명태의 새끼인 노가리가 인기를 끌면서 무분별한 남획이 이뤄졌고, 그 결과 우리 해역에서 명태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지난해 연근해 오징어 생산량은 약 4만3000톤으로 2017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가격도 천정부지로 올라 금(金)징어로 불리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총알오징어의 소비까지 늘어난다면 머지않아 오징어도 명태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최근 해양수산부에서는 살오징어 자원 회복을 위해 포획금지 체장을 20cm로 상향조정하고 조업금지 기간도 현행 4~5월(2개월)에서 4~6월(3개월)로 확대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오징어 자원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규제 강화로 총알오징어 소비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오징어 자원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린 고기를 보호해야 한다는 국민적 인식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오징어 자원이 부족해 어린 오징어라도 잡을 수밖에 없는 어업인의 속사정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식감이 부드럽고 맛있다는 이유로 총알오징어를 좋아하는 소비자의 마음도 일면 이해도 된다.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잡아들이다가는 오징어가 제2의 명태가 될 수 있으니 문제다.

예전처럼 저렴한 가격의 오징어를 맘 편히 먹고 싶다면 총알오징어 소비를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

명태 자원 회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쉬운 일이 아님을 이미 경험하고 있다. 오징어 역시 마찬가지다.

일단 자원이 고갈되고 나면 회복에는 상상할 수 없는 비용과 노력이 수반된다.

지난해 반 토막이 난 연근해 오징어 어획량은 경종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비단 총알오징어뿐만 아니라 어떠한 어린 생선도 잡지도, 팔지도, 사지도, 먹지도 않도록 전 국민적인 인식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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