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6500만 유령 아파트…중국 주택 공급 과잉, 경제 뒤흔든다

6500만 유령 아파트…중국 주택 공급 과잉, 경제 뒤흔든다

기사승인 2019. 02. 14. 14:47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5702326027_ff1a7d6cbf_b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 사진출처=/플리커


중국의 주택 공급과잉 사태가 경제와 사회 전반까지 뒤흔들 수 있는 리스크로 확대되고 있다. 일반적인 은행 시스템 밖에서 이뤄지는 그림자 금융 단속으로 여기에 자금 공급을 의존해온 주택업체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한편, 중국 도시들에서는 과잉공급으로 인한 대규모 미분양 사태에 직면하고 있는 것. 그간 무분별하게 이어져 온 건설 붐으로 중국 전역에는 6500만 채에 달하는 아파트가 미분양 상태로 텅 빈 채 남아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닛케이아시안리뷰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에 사는 옌중(34)씨는 “내 집 마련 계획을 한동안 보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 지난시와 같은 2선 도시에서 100㎡(약 30평) 규모 아파트 한 채 가격은 200만 위안(약 3억3200만원) 정도. 환경 관련 비영리단체에 근무하며 한 달에 6000위안(약 100만원)을 버는 옌씨가 자신의 저축과 부모의 지원으로 현재 부담할 수 있는 집값은 약 100만 위안. 나머지는 은행 대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전역에서 아파트 미분양 사례가 늘어나면서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기에는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옌씨의 사례에서 보듯 한때 들썩였던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최근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 경제에 최근 연달아 발생한 각종 악재에 이은 또 하나의 적신호라고 할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기업들이 충격을 받으면서 개인 지출도 갈수록 줄고 있다. 이에 더해 중국의 2018년 경제성장률은 1990년 이후 가장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옌씨가 살고 있는 지난시와 같은 2선 도시들을 포함, 중국 전역에서 이뤄진 대규모 건설 붐은 6500만 채의 미분양 아파트를 남긴 것으로 시난(西南)재경대학 간리 교수는 추산했다. 2019년 1월 첫주 중국 부동산지표 시스템이 추적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24개 도시 주택 판매량은 상하이·선전·광저우·베이징 등 1선 도시 4곳이 12%의 증가세를 나타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주택 판매가 올해 감소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중국의 많은 부동산 기업들이 늘어난 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중국 부동산 기업 61개 중 51개에 대해 ‘정크’ 등급을 부여했다. 무디스는 “중국의 그림자 금융(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하지만 은행처럼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기관) 단속으로 여기에 자금 공급을 의존해오던 중소 주택업체들이 자금을 조달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면서 유동성이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부동산 경기 둔화는 중국의 정책 입안자들에게 잠재적인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은 지난 수 년간 중국에서 일자리 창출·투자 활성화·지방정부 세수 등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글로벌투자사 CLSA에 따르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25%가 부동산 관련 산업에서 창출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 침체는 여러가지 사회적 불안정을 촉발시킬 수 밖에 없다.

지난 10월 상하이에서는 주택 구매자들이 거리로 몰려 나와 주택업체의 아파트 분양가 인하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자신들이 분양받은 가격보다 아파트가 더 싼값에 분양되는 사태에 분노한 주민들은 '피 땀 흘려 열심히 번 돈 돌려달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주택업체를 비난하는 구호를 외쳤다. 중국 당국은 이 같은 민사 분쟁이 중국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광범위한 시위로 번지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베이징 런민(人民)대학교 샹성줘(向松祚)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20일 부동산 문제가 올해 중국이 마주할 ‘회색 코뿔소’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회색 코뿔소란 개연성이 높고 파급력이 크지만 사람들이 간과하는 위험을 의미한다. 그의 추산에 따르면 중국인의 재산 약 80%가 부동산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금액으로 따지면 65조 달러가 넘는다. 이는 주요 7개국(G7) 경제 규모를 모두 합친 것의 2배 수준. 따라서 부동산 시장 침체는 시민들의 재정 건전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중국 당국이 두려워 하는 회색 코뿔소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