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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시사상식] 사람이 아니라 사물을 위한 여권도 있다

[톡톡! 시사상식] 사람이 아니라 사물을 위한 여권도 있다

기사승인 2019. 02. 1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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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미와 전통미를 동시에' 차세대 여권 공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12월 제2차 공공디자인위원회에서 확정해 공개한 차세대 전자여권 디자인. 차세대 전자여권은 2020년부터 발급할 예정이다. 여권 디자인 변경은 1988년 지금의 녹색 여권이 도입된 지 32년 만이다. /사진=연합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비자(사증)를 미리 발급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여권을 소지한 우리나라 국민은 미국처럼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몇 곳을 제외한 웬만한 국가는 비자 없이도 자유롭게 여행을 갈 수 있다고 합니다. 비자를 발급받지 않고 여권만으로도 갈 수 있는 나라가 몇개국이나 될까요?

글로벌 국제교류 전문업체인 헨리앤드파트너스는 매년 ‘헨리 여권지수’라는 것을 발표합니다. 여권지수란 특정 국가 여권 소지자가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거나 현지 도착 즉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 국가의 수를 합산한 지수를 말합니다. 최근 발표된 ‘2019 헨리 여권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국가수는 189개국으로 싱가포르와 함께 2위를 차지했습니다.

190개국 방문이 가능한 일본이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프랑스와 독일이 188개국으로 공동 3위 자리에 올랐고, 덴마크, 핀란드, 이탈리아, 스웨덴 등이 상위 10위권에 들었습니다. 반면 공동꼴찌인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는 무비자로 여행이 가능한 국가가 30개국에 불과합니다. 그 다음 순위는 32개국만 갈 수 있는 소말리아와 시리아가 이었습니다.

여권은 해외여행을 하는 자국민에 대한 보호를 요청하기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신분증명서입니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이 같은 목적으로 발행하지만, 국가 인식이나 개인 자유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매겨지는 헨리 여권지수에서 볼 수 있듯이 여권 파워에 관한 한 대한민국은 일본·싱가포르·독일·프랑스에 버금가는 강국인 셈입니다.

무비자로 갈 수 있는 국가 수가 많다보니 해외에서는 검은 조직에 의해 위조된 대한민국 여권이 비싼 가격에 불법 거래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여권 불법 위조를 막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외교부가 지난해 12월 ‘차세대 전자여권 디자인’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입니다. 오는 2020년부터 발급할 예정인 차세대 전자여권의 표지는 일반여권의 경우 지금의 녹색에서 남색으로 바뀌고 여권 상 주민등록번호도 삭제되는 등 개인정보가 한층 강화될 전망입니다.

검사성적서_예시
출처=한국기능식품연구원
개인이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여권이 필요한 것처럼 제품도 해외여행, 즉 수출을 하려면 여권이 필요합니다. 제품의 성능과 안전성 등을 증명하기 위해 국내 공인 시험·교정기관이 발급하는 공인성적서가 바로 ‘제품 여권’인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공인 성적서는 세계 101개국에서 통용된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외교부가 발급한 여권을 갖고 있으면 세계 189개국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듯이 국내 공인성적서를 발급받은 제품은 세계 101개국에서 수출에 필요한 각종 테스트를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공인성적서가 ‘제품 여권’이란 별칭으로 부를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에 대해 발급된 ‘제품 여권’의 만료기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0년 11월까지 새로운 국제기준에 맞춰 공인성적서를 발급하는 국내 공인기관의 운영체계를 전환하지 않으면 기존에 부여됐던 ‘제품 여권’의 무비자 입국 효력이 소멸되기 때문입니다.

무역기술장벽 제거를 위해 설립된 국제 인정기구 협력체인 ‘국제시험인정기관협력체(ILAC)’는 최근 공인시험·교정기관 자격기준을 강화하고 각국 공인기관이 2020년 11월까지 새로운 국제기준에 맞게 운영체계를 전환하도록 의결했습니다. 이 기한 내 전환을 완료하지 못한 공인기관의 시험성적서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공인성적서로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새 국제기준에 맞춰 재발급받지 못하고 기존 성적서를 이용하는 기업은 수출, 관납, 해외인증 취득 등에 애로를 겪을 우려가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국내 공인 시험·교정기관의 운영체계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4일부터 전국 순회설명회(로드투어)에 나섰습니다. 국표원은 이번 로드투어를 통해 새 국제기준의 주요 내용, 공인기관별 전환 일정과 절차, 전환평가 시 확인항목 등을 담은 전환 지침서를 배포한다고 합니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출 6000억달러 달성을 위해 수출기업에 대한 모든 정책적 지원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입니다. 개인으로 치면 만기가 다 돼가는 여권을 재발급받는 것과 같은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번 로드투어 역시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하는 수출의 위상을 지켜나가려는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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