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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트럼프, 北에 잘못된 비핵화 신호 줘선 안 돼

[사설] 트럼프, 北에 잘못된 비핵화 신호 줘선 안 돼

기사승인 2019. 02. 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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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 핵 담판을 앞두고 “우리는 단지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기를 원한다”는 미묘한 말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15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2차 북·미정상회담이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는 도중 느닷없이 이런 말을 했는데 듣는 이에 따라 해석이 분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비핵화) 속도에 대해 서두를 게 없다”고 말해 속도조절론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협상을 서둘지 않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그는 미국의 전임 정권들이 과거 북한에 이용 당해 실익 없이 ‘퍼주었다’고 비판하고 자신은 이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제재는 그대로 있다”고 말해 제재를 계속할 것임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를 유지하고, 전임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한 것은 비핵화를 향한 강한 의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지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기를 원한다”고 한 말은 자칫 북한 핵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들릴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의 한 한반도 전문가는 이 말을 ‘북이 비핵화를 안 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아무도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지금은 시기적으로 아주 중요한 때다. 2차 정상회담에 앞서 북·미가 하노이에서 최종 의제 조율을 위한 실무협상을 진행 중이다. 막판 밀고 당기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비핵화 협상의 ‘기대치’를 낮춘 것으로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만일 기대치를 낮춘다면 비핵화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봐야 한다.

회담 결과는 그때 가봐야 한다. 예단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우려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묶어두는 대신 ‘핵 동결’이나 ‘핵·미사일 실험 중단’ 쪽으로 협상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북·미 핵 담판이 다가오면서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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