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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갈 돈 많은데...‘울며 겨자먹기’식 배당 나선 은행들

나갈 돈 많은데...‘울며 겨자먹기’식 배당 나선 은행들

기사승인 2019. 02.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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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인터넷銀 실탄확보 시급
투자자·국민연금 '확대' 요구에
울며 겨자먹기 식 늘리기 '한숨'
12면 톱_수정
역대 최대 이익을 달성하며 배당 확대에 나선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쓴웃음을 짓고 있다. 올해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과 제3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필요한 ‘실탄’ 마련이 시급한데 배당 압박이 커지며 나가는 돈은 많아져서다.

작년에만 20% 넘게 떨어진 주가 정상화를 위한 배당 확대를 요구하고 나선 투자자들과 저배당 기업에 주주권 행사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국민연금의 압박 수위가 높아진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의 최대주주다. 또 ‘고배당 자제’를 요구해왔던 금융당국마저 배당 확대를 허용하는 등 주주환원정책 확대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조성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해 순이익 3조1567억원에서 배당금으로 7530억원을 지출했다. 거둬들인 순이익에서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배당성향은 23.9%로 전년(23.6%) 대비 0.3%포인트 느는데 그쳤다.

나머지 금융지주사들 배당성향은 같은 기간 1~2%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KB금융지주 배당성향은 24.8%, 하나금융은 25.4%를 기록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배당성향이 20% 중후반까지 크게 뛸 것으로 기대한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금융사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재무부담이 커진 영향이 컸다. 신한금융은 지난 1월 오렌지라이프 지분 분 59.15%를 인수했으며, 완전 자회사화를 추진 중이다. 40%가량의 잔여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오렌지라이프 주식을 신한금융 자사주와 교환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 신한금융은 작년 2000억원 가량의 자사주를 매입한 데 이어 올해 추가 자사주 매입도 점쳐진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 완전 자회사화를 추진하고 있어 당분간 배당성향 상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된 모습”이라며 “7500억원의 전환우선주 발행도 자본적정성 제고 차원의 선제적 조치라고 언급하고 있지만, 3.7% 수준의 희석효과를 무릅쓰고 발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재무적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또 핀테크 업체 ‘토스’와 손잡고 도전장을 내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실탄도 만만찮다. 현행법상 인터넷전문은행의 최소 자본금은 250억원이지만, 카카오뱅크·케이뱅크의 초기 자본금이 3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0%대의 지분을 보유할 신한금융은 수백억 원의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이후 유상증자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든 하나금융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롯데카드의 예상 매각가는 1조5000억원 수준이다. SK텔레콤과 손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할 가능성도 크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하나금융 내부적으로는 인터넷은행 진출을 사실상 확정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뺏긴 KB금융은 올해 공격적인 M&A에 나설 계획이다. 출사표를 던진 ‘롯데캐피탈’은 매각이 잠정 보류된 상황이다. 김기환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지난 8일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을 통해 “그룹 포트폴리오에서 취약한 생명보험에 관심을 두고 있고, 증권은 자산관리 상품을 만드는 데 우위가 있는 곳, 카드는 고객 세분화에 강점이 있는 곳을 (M&A) 타깃으로 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직 배당 발표를 안한 우리금융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주사로 출범한 지 얼마되지 않아 비은행 계열사 확대를 위해 M&A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때인 만큼 배당에 큰 돈을 지출하기 어렵기 떄문이다. 다만 낮은 주가를 끌어올릴 부양책으로 배당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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