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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 아시아 순방, 라이벌 간 줄타기로 ‘외교 능력 시험대’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 아시아 순방, 라이벌 간 줄타기로 ‘외교 능력 시험대’

기사승인 2019. 02. 1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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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파키스탄·인도·중국 등 아시아 3개국 순방에 나섰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아시아 순방을 통해 자신의 국제적 영향력 건재를 과시한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주요 순방국인 파키스탄과 인도가 최근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등 역내 라이벌 관계로 인해 사우디 왕세자의 줄타기성 ‘오일머니 외교’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BBC방송과 프랑스24의 보도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과 예멘 내전으로 서방 국가들이 사우디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인도·중국 순방을 통해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받고 있는 무기금수 조치 및 각종 제재를 상쇄할만한 지정학적·경제적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순방의 첫 기착지인 파키스탄은 빈 살만 왕세자의 방문을 열렬히 환영했다. 왕세자가 탄 JF-17 전투기가 17일 저녁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인근 누르 칸 공군기지에 도착하자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직접 나와 그를 맞이했다. 칸 총리는 자신이 직접 차를 운전해 빈 살만 왕세자를 총리 공관으로 데려가기도 했다. 이 같은 대대적 환영은 2015년 시진핑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파키스탄 국빈 방문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파키스탄이 이처럼 빈 살만 왕세자를 환영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현재 파키스탄은 13번째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시점에서 막대한 투자금을 들고 오는 빈 살만 왕세자는 파키스탄 입장에서 반가울 수밖에 없다. 파키스탄은 최근 중국과의 관계가 경색되며 사우디 의존도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빈 살만 왕세자는 파키스탄에 도착하자마자 총 200억 달러(약 22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핵심 계약은 파키스탄 남부 과다르항의 정유시설에 대한 100억 달러 투자.

과다르항은 인도의 투자로 개발중인 이란 차바하르항을 견제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이란의 차바하르항은 전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0% 정도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입구 관문으로 사우디의 경제·안보적 이해관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기에 사우디로서는 과다르항은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거점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역시 인도양 진출 관문으로서 과다르항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인지하고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의 중추로 개발하고 있다. 다만 최근 파키스탄 내에서는 과다르항 개발이 중국 자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점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파키스탄은 사우디의 투자를 매우 반기는 상황이다.

사우디의 입장에서도 파키스탄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예멘의 상황과 카슈끄지 피살로 궁지에 몰려 있는 빈 살만 왕세자로서는 자금 지원을 통해 믿을 만한 동맹국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 또한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라는 점도 사우디가 파키스탄을 중시하는 이유 중 하나다. 사우디는 파키스탄이 이란보다는 자국에 더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샤샨크 조쉬 국방 분야 에디터는 “다른 중동국들과 마찬가지로 사우디는 돈은 많지만 군사력이 아주 강력하다고는 할 수 없다. 반대로 파키스탄은 돈은 없지만 군사력은 매우 강력하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이란과의 핵 분쟁이 발생할 경우 사우디가 이에 대항할 핵무기를 끌어올 수 있는 나라가 바로 파키스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사우디의 파키스탄 투자는 인도와의 경제·안보 관계 역시 강화하려는 빈 살만 왕세자의 계획이 틀어지게 만들 수 있다. 지난 14일 인도와 파키스탄 간 주요 분쟁지역 중 하나인 카슈미르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인도 군인 최소 4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인도가 파키스탄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겠다며 이를 갈고 있기 때문. 인도-파키스탄 사이의 줄타기는 빈 살만 왕세자의 외교적 능력을 시험에 들게 할 것으로 보인다. 빈 살만 왕세자는 19~20일 인도를 최초로 국빈 방문한다. 이후 21~22일 중국을 방문하며 아시아 순방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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