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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군인들 스마트폰 금지령…‘디지털 꼬리’ 감추기 목적

러시아, 군인들 스마트폰 금지령…‘디지털 꼬리’ 감추기 목적

기사승인 2019. 02. 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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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하원이 군인들의 스마트폰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최근 몇 년간 러시아 군인들의 디지털 흔적들을 추적해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반박 및 폭로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러시아 지도부가 내놓은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실제 러시아 군인들이 스마트폰 혹은 SNS를 통해 공유하는 정보들은 러시아의 국가정책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형성하는 ‘빌미’가 돼왔다.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 등의 보도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러시아 하원 의원들은 자국 군인들의 스마트폰 및 SNS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방부 역시 이 법안을 지지하고 있어 상원 통과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에 따르면 앞으로 러시아 군인들은 자신이 속한 부대나 배치에 대한 내용, 기타 사진·영상·위치정보 등 개인정보를 온라인 상에 게재하는 것이 금지된다.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사진 등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스마트폰 및 다른 스마트 장비를 휴대하는 것 역시 제한을 받게 된다. 향후 이 금지령을 위반한 군인은 징계 조치를 받게 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불명예 제대할 수도 있다. 다만 스마트폰이 아닌 구식 휴대전화의 경우 휴대가 가능하다.

최근 수년 동안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과 SNS에서 수집된 정보가 불일치하면서 논란이 돼왔다. 예컨대 러시아 정부는 자국 군대가 남동부 우크라이나에 주둔하거나 군사활동을 한 사실이 없으며, 시리아 내전에서도 러시아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 군인들이 온라인에 게재한 사진과 영상, 그리고 게시글들은 러시아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는 사례로 작용해왔다.

러시아의 페이스북이라고 할 수 있는 SNS ‘브콘탁테’와 친구찾기 서비스인 ‘오드노클라스니키’에는 종종 군인들이 지인들과 소통하며 사진과 부대 정보 등을 올리는데, 해외 정보원이나 언론인들은 이 정보를 러시아군의 활동을 실시간 추적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매체 바이스뉴스는 러시아 중부 부랴티아 출신의 한 러시아 군인이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촬영해 게시한 사진을 분석해 보도하기도 했다. 또한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 개입을 공식화하기도 전에 SNS 정보를 분석해 러시아군의 시리아 이동을 포착해 낸 사례도 있다.

니콜라이 판코프 러시아 국방차관이 서명한 이 법안 발의서에는 시리아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러시아) 군인들은 여러 국가의 특수 정보기관들과 테러리스트·극단주의 단체들에 특별한 관심사가 되고 있음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군인들이 스마트폰 혹은 SNS를 통해 공유하는 정보들은 정보 수집과 심리학적 압박에 이용되며, 일부의 경우에는 러시아의 국가 정책에 대한 편파적 평가를 형성하는데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의회의 군사위원회 소속 블라디미르 보고두코프 의원은 “이번 법안의 목적은 군인들의 생활을 어렵게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정보 노출로부터 군인들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정보가 보호되지 않는 한 우리는 무방비 상태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크렘린궁의 해외 활동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해온 시민단체 분쟁정보팀(Conflict Intelligence Team)의 루슬란 레이비예프 대표는 이 법안의 목적 중 하나는 새로운 대(對)러 제재를 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의 행적에 대한 조사들이 새로운 제재의 부과 혹은 기존 제재의 확대를 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레이비예프 대표는 그러나 러시아 지도부의 이 같은 정보통제 시도가 결국 실패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일부 SNS 계정은 가명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디지털 사회의 발전으로 우리는 갈수록 더 많은 흔적을 온라인상에 남기고 있다. 이를 찾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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