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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부족 겪는 필리핀이 꺼내든 ‘쌀 수입 자유화’ 카드, 농민·농업에 사형선고?

쌀 부족 겪는 필리핀이 꺼내든 ‘쌀 수입 자유화’ 카드, 농민·농업에 사형선고?

기사승인 2019. 02. 2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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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전세계에서 1인당 쌀 소비량이 6번째로 높은 필리핀이 이상기후·인구증가·도시화로 식량 위기가 계속되자 결국 ‘쌀 수입 자유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부가 관리하던 쌀 수입에 민간기업의 참여를 허용하기로 한 것. 정부는 이 법안이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고 쌀 소매가를 낮추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필리핀 농민들은 값싼 수입쌀이 대거 유입돼 사지에 내몰리게 됐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CNN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15일 쌀 수입 쿼터 제한을 철폐하고 민간업자에 의한 쌀 수입을 자유화하는 내용을 담은 ‘쌀 관세화 법(Rice Tariffication Law)’에 서명했다. 법안은 오는 3월 5일부터 발효된다. 이 법안은 지난해 11월 이미 필리핀 상·하원을 통과한 바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농민들의 반발을 감안해 그간 최종 재가를 미뤄왔지만 결국 이날 법안에 서명했다.

법안이 발효됨에 따라 이제 필리핀은 쌀 시장을 개방하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국가들로부터 수입되는 쌀에는 35%의 관세, 그 외 국가들로부터 수입하는 쌀에는 50%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필리핀 정부는 이번 법안 발효가 단기적으로는 자국 내 농업에 대한 타격을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농업 발전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엠마뉴엘 피뇰 농림부 장관은 쌀 관세화 법이 발효되면 초반에는 쌀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쌀 수입으로 거둬들인 관세를 ‘쌀 경쟁력 강화 기금(RCEF)’으로 전환해 국내 농업지원 자금으로 활용할 경우 필리핀 농가들의 전반적인 수익성과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RCEF은 농장 기계화 및 수익성이 높은 종자 구입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피뇰 장관은 또한 민간업자들이 필리핀에 쌀을 대거 수입하기를 원한다고 해도 세계 시장의 쌀 공급량에 한계가 있어 필리핀 농민들이 걱정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매년 거래되는 쌀의 양이 약 4000만 톤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3300만 톤은 이미 다른 나라에 배정돼 있는 상태라는 것.

그럼에도 여전히 필리핀 농민들은 쌀 관세화 법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한 필리핀 농민단체는 “국내 쌀 산업과 농민들이 사형선고를 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필리핀의 농민 1350만명, 관련산업 종사자 1750만명, 쌀 소매업체 2만 곳과 정미소 직원 5만5000명 등이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는 것. 농민단체들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필리핀의 농업 종사자 수가 갈수록 줄고 있는 상황에서 “싼 값의 수입산 쌀이 밀려들면 다음 세대 중 아무도 농업에 종사하길 원치 않게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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