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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호영 칼럼] 병력감축이 강군을 만든다

[진호영 칼럼] 병력감축이 강군을 만든다

기사승인 2019. 02. 2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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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호영 극동대 교수(예비역 공군 준장)
병력이 아니라 첨단무기로 군사력 건설하면 대국도 이길 수 있어
현재 국방개혁, 병력 줄이면서 첨단 과학기술군 변신 '작지만 강한 군'
진호영 교수
진호영 극동대 교수(예비역 공군 준장)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에 있다. 일본의 초계기 도발은 아베 내각이 한·일 갈등을 조장해 군사력 강화와 평화헌법을 개정하기 위한 국내정치에 이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갈등의 끝이 거기까지만일까? 일본의 초계기 도발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면 반한·반일 감정이 상황을 급변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일 전쟁이 소설 속에서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만약 한·일 간의 해상 무력충돌이 발생한다면 우리에게 승산이 없다. 일본의 전력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해상초계기는 우리보다 7배가 많고 수상함은 2.5배, 잠수함은 2배이며 질적으로도 우세하다. 우리는 총병력 62만명이고 일본은 25만명에 불과하지만 일본의 군사력 전력지수는 우리의 2~3배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 분석이다.

한마디로 총병력만 많을 뿐 실질 군사력은 일본이 우세하다는 이야기다. 결국 일본과 전쟁이 나면 우리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임진왜란이나 구한말 일본에 대응할 군사력이 없어 나라가 유린되고 송두리째 빼앗긴 아픔이 가시지 않았는데 지금도 우리는 일본의 군사력에 상대가 안 된다는 말인가? 우리 군사력은 언제쯤 일본을 능가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이스라엘에서 찾을 수 있다. 이스라엘은 소국이지만 아랍 10여개 국가를 상대로 효과적으로 국가안보를 달성하고 있다. 아랍 부국의 100만 명이 넘는 군사력 대비 이스라엘의 현역병력은 17만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첨단 무기로 병력과 국력의 열세를 극복하고 국가안보를 달성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군사비는 우리보다 훨씬 적은데도 말이다.

◇병력이 아니라 첨단무기로 군사력 건설하면 대국도 이길 수 있다

우리 국방의 문제는 병력위주의 대군(62만)에 매몰된 채 창군 70주년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걸프전을 전후해 전쟁수행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은 20만 명 수준의 작지만 강한 군대로 변신을 했다. 세계적으로 우리보다 많은 병력을 보유한 나라는 중국(203만), 미국(135만), 러시아(90만) 같은 대국과 인도(139만), 파키스탄(65만)뿐이다.

전쟁수행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에 선진국은 병력을 감축하고 과학기술군으로 만든 것이다. 전쟁방식은 새로운 무기체계와 함께 변한다. 지금은 우주공간과 사이버(Cyber) 영역을 포함한 5차원의 전선(戰線) 없는 전장에서 첨단 정밀무기와 사이버 능력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한다. 무기체계가 뒤진 군대는 전장에서 패할 수밖에 없다.

임진왜란 때 일본의 조총 앞에 조선의 활과 창은 무기력했고 제국주의 시절 수단군의 5만여 명이 기관총으로 무장한 600명의 영국군에게 몇시간 만에 괴멸당했으며 걸프전에서는 100만 이라크 군이 40만 연합군의 정밀무기에 한달여 만에 괴멸되다시피 했다. 정밀무기의 효과는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2차대전 때 교실만한 표적 하나를 폭격하려면 폭탄 9000발을 투여해야 했지만 월남전때는 176발, 걸프전과 코소보전에서는 단 한 발로 파괴가 가능해졌다. 마치 외과의사가 환자의 환부를 도려내듯 단 한발의 정밀무기로 필요한 것만 골라서 타격하는 외과수술적 타격(Surgical strike)으로 전쟁을 끝내버린다. 그래서 사상자를 최소화하는 비살상전(Clean war)으로 바뀌었다.

◇현재 국방개혁, 병력 줄이면서 첨단 과학기술군 변신 ‘작지만 강한 군’

세계대전때는 수백만명, 한국전쟁 때는 40여 만명이 전사했지만 걸프전에서는 294명, 이라크전에서는 종전선언때까지 불과 172명만이 전사했다. 이처럼 현대전쟁은 첨단 정밀무기와 사이버 공간에서의 전쟁이 승패를 결정짓기 때문에 많은 병력이 필요없다. 또 한정된 자원으로 기술집약형 군을 만들기 위해서는 병력을 줄여 생기는 여력을 활용해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병력감축이 군사력 감축이 아니라 곧 강군을 만드는 방법이다. 일본이나 선진국은 이미 이러한 방법으로 국방을 개혁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병력집약형 군대를 유지함으로써 병력은 두배지만 일본의 상대가 못되는 것이다.

다행히 현재의 국방개혁은 병력을 줄이면서 과학기술군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 의지가 강한 것 같다. 국방개혁을 위해서는 초기에 국방비가 더 들 수밖에 없는데 최근 10년 간 연평균 국방비 증가율이 4.9%에 불과했지만 현 정부는 7.5% 증액을 국방중기계획에 반영하고 있어 역대 어느 정부보다 국방비 증액이 크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선진국처럼 첨단무기로 무장한 작지만 강한 군대로 거듭나기 시작하고 있다. 이런 첨단기술 집약형 군대가 완성되면 대북 우위는 물론 주변 강국에도 이스라엘과 같은 안보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현대전과 미래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금이라도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드는 국방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줘야 한다. 병력감축이 곧 강군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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