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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년 단 4시간’ 민방위 교육이 비용입니까?

[칼럼] ‘1년 단 4시간’ 민방위 교육이 비용입니까?

기사승인 2019. 03. 0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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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수 전 국민안전처 서기관
민방위 교육장, 응급상황 극복 '국민안전학교'
심폐소생술, 응급처치, 가스체험 등 실질교육 절실
초기대응 중심, 교육용 실습 기자재 확충 시급
최충수 전 국민안전처 서기관
최충수 전 국민안전처 서기관
지난 1월 서울시 구청장협의회에서 민방위 편성 1~4년차 교육을 4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여 달라는 건의를 정부에 했다는 보도를 보고 민방위 제도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본다.

민방위는 민간차원의 안보역량과 재난대비 능력을 높이기 위해 1975년에 도입됐다. 활동범위를 군사적 노력지원과 응급적인 방재·구조·복구활동으로 민방위 기본법에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민방위 교육장은 응급적 상황에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아니면 회피할 것인가를 학습하는 곳이다. 국민이면 누구나 다 참여해야 하는 커다란 안전학교이며 안전에 대한 자기책임 실현의 학습장이다.

위험사회론의 저자 고(故) 울리히 벡 교수는 현대사회는 위험사회라고 규정하고 문명이 고도화할수록 위험의 강도는 높고 지속적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하면서 미래사회에 대한 성찰적 근대화를 제시했다. 이러한 주장은 현대재난의 특성에서도 잘 나타나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민방위 교육장, 응급상황 극복 ‘국민안전학교’

지금 우리는 문명의 화산대 위에서 살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순간 증폭형 재난이 빈발하고 위험과 안전이 한 지붕 밑에서 공존하고 재난이 한 번 발생하면 엄청난 피해를 동반한다.

지난해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한 가족은 두 아이를 안고 화재를 피해 베란다로 피신했다가 참담한 사고를 당했다. 반면에 다른 가족은 베란다 경량칸막이를 뚫고 가족 모두를 살려냈다. 그런가 하면 대전의 한 음식점에서는 민방위대원이 쓰러진 어르신을 심폐소생술로 살려냈다.

민방위 교육은 삶과 죽음의 접점에서 작동되는 국가 위기관리시스템 중에서 가장 중요한 시스템이다. 민방위의 출발은 들여다보고 살펴보는 일이다. 예컨대 민방위는 군과 예비군, 소방과 방재 등의 대응 시스템과는 역할 측면에서 다름과 차이가 있다.

사전 예방 교육과 활동을 통해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사태 발생 때에는 위기를 극복하거나 회피하는 방법을 습득해 나 자신과 가족, 그리고 이웃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 또 사태 확산때에는 주민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거나 인명구조와 의료 활동 등을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심폐소생술, 응급처치, 가스체험 등 실질교육 절실

2040세대는 가정과 직장의 경제적 주체이자 안전관리의 주체다. 내가 안전해야 내 가족, 내 이웃, 내 직장, 나아가 국가사회를 위기로부터 지킬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경제적 풍요도, 안전한 삶도 이룰 수 없고 문명의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제 현대사회에서 나의 안전을 누군가에 의존하던 시대는 지났다. 민방위 교육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1년에 단 한 번 받는 민방위 교육 4시간을 비용으로 생각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생업에 지장을 주고 다소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민방위 교육은 전국 어느 곳에서나 받을 수 있고 주말과 야간 교육도 할 수 있다.

다만 체험실습장 부족으로 많은 대원들이 시연강의에 의존하는 것은 문제다. 이번 기회에 많은 예산이 들어가고 접근성도 떨어지는 중·대형 체험장 구축을 지양하고 심폐소생술이나 소화기, 응급처치, 완강기, 가스체험 등 초기대응 중심의 교육용 실습 기자재를 확충해 실질적인 교육이 되도록 행·재정적 투자가 절실하다.

몇 년 전 영업주 반대에도 백화점 영업을 전면 중지하고 민방위 훈련을 실시했을 당시 관계자의 말이 자꾸 머리에 떠오른다. “기회를 줘서 너무나도 고맙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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