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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임종헌, 첫 공판서 검찰 작심 비판…“성화가 포르노로 보이기도 해”

‘사법행정권 남용’ 임종헌, 첫 공판서 검찰 작심 비판…“성화가 포르노로 보이기도 해”

기사승인 2019. 03. 1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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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저 차장, 직권남용 등 관련 혐의 전면 부인
변호인, 여론몰이 및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지적
'사법 농단' 첫 재판 출석하는 임종헌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1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사법 농단’ 사건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첫 공판에서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117일 만에 법정에 나온 그는 “성화가 때로는 포르노로 보이기도 한다”며 검찰이 왜곡된 ‘프레임’으로 부당하게 공소제기를 했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1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은 출석 의무가 없는 공판준비기일이 아닌 정식 재판 일이기에 임 전 차장은 법정에 출석했다. 임 전 차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는 것은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겨진 지 117일 만이다.

법정에서 진술 기회를 얻은 그는 그간 수사를 받은 입장과 남은 재판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서 10분간 토로했다. 양승태 사법부가 ‘적폐의 온상’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것과 검찰이 ‘가공된 프레임’으로 공소제기했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우선 그는 “지난 8개월간 사법행정 전반에 대해 진행된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연일 고초를 겪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동료 법관과 법원 가족에게 단초의 일단을 제공한 사람으로서 죄송하다”면서도 “다만 지난 시기 양승태 사법부가 지금 검찰이 단정하듯 재판거래와 재판 관여를 일삼는 터무니없는 사법 적폐의 온상으로 치부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 전 차장은 검찰이 기소한 자신의 공소사실은 정면으로 부정했다.

임 전 차장은 ‘재판거래’ 혐의에 대해 “지난 시기 사법부가 이른바 재판거래를 통해 정치 권력과 유착했다는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닌 가공의 프레임”이라며 “검찰이 수사와 공소장을 통해 그려놓은 경계선은 너무 자의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법원행정처가 하는 일 중엔 할 수 있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에 대한 경계선이 뚜렷하지 않다”며 “재판 독립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지만 사법부 독립이라고 해서 유관 기관과의 관계를 단절한 채 유아독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법부를 위해 원만한 관계를 설정하고 유관 기관과 상호 간 협조를 구하는 역할을 부득이 행정처가 담당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치 권력과 유착하는 것과 일정한 관계를 설정하는 건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임 전 차장은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법원행정처는 다양한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일선 법원의 주요 재판을 모니터링할 수밖에 없다”며 “부득이 의견을 개진하거나 재판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것이 일선 법관의 양심을 꺾거나 강제로 관철한 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법원행정처 내에서 작성한 각종 보고 문건에 대해서도 “여러 가능한 방안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성한 것으로서, 이슈를 확인하고 적절한 방안을 찾아가기 위한 내부 문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청와대를 비롯해 어느 조직이나 단체에서도 능히 할 수 있는 내부 검토로, 개인으로 비유하자면 일기장”이라면서 “그것이 바로 직권남용으로 연결된다는 검찰 논리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 성화가 보는 시각에 따라선 ‘포르노’로 보이기도 한다며 “피상적으로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고,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게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임 전 차장은 진술 말미에 “그동안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펼친 피의사실 공표를 통한 일방적인 여론전은 이제 끝났다”며 지난 수사 과정에서 벌어진 각종 언론 보도 등에 대한 유감도 표했다.

그는 “여론몰이식 보도와 빗발치는 여론의 비판 속에 변명 한마디 제대로 못 하고 여기까지 왔다”면서 재판부에 “공소장 켜켜이 쌓여 있는 검찰발 미세먼지에 반사돼 형성된 신기루에 매몰되지 말고 무엇이 진실인지 충실히 심리해달라”고 호소했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 역시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문제 삼았다.

변호인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로 언론 보도를 통해 국민, 심지어 재판하는 판사들도 양승태 사법부가 엄청난 범죄자인 것처럼 인식하게 됐다”며 “여론 법정에서 이미 괴물 같은 범죄자가 됐다”고 비판했다.

변호인은 “결국 피의사실 공표를 통한 여론 조성에 힘입어 이 사건 기소에 이르게 됐다”면서 “이런 기소는 명백한 검찰 수사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또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사가 기소할 때 원칙적으로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법원에서 예단을 갖게 할 서류나 기타 물건을 첨부·인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로 확립됐다.

변호인은 “공소장을 읽다 보면 이미 유죄로 귀결이 된다”며 “검사는 적법한 공소사실을 만들어 다시 기소하면 되는 만큼 재판부가 이 사건을 공소 기각해 절차적 정의를 세워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직권남용죄의 피해자로 적시된 성창호·조의연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와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 수석부장판사가 최근 기소된 점도 문제 삼았다.

변호인은 “(이들의 기소를 보면) 직권남용죄에 대한 검찰의 판단 기준이 얼마나 자의적이고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것인지 확인됐다”며 “재판부가 ‘사법 농단’이나 ‘재판거래’라는 프레임에 구애받지 않고 선입견 없이 사건의 본질을 파악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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