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둥이 아빠’ 문경준의 ‘상선약수’ 깨달음은 진행형

기사승인 2019. 03. 1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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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준02 KPGA
문경준이 2019시즌 우승 욕심을 부리지 않고 현실적인 목표를 세웠다. 문경준이 경기 도중 활짝 웃고 있다. 사진=KPGA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문경준(37)만큼 사연이 많은 선수도 드물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테니스 선수였던 그는 대학교 2학년 교양과목을 통해 처음 골프를 접했다. 골프의 매력에 흠뻑 빠진 문경준은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클럽(하늘코스)에서 낮에는 일을 하고 근무가 끝나면 피나는 개인 연습을 해 마침내 정식 프로가 됐다. 투어 데뷔 8년만인 2015년에는 매경 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거뒀다. 그 사이 원인 모를 불안감이 엄습하는 공황장애로 한동안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지금은 투어에서 가장 꾸준한 선수이자 대표적인 다둥이 아빠로 통한다. 최근 4년간 정상을 밟지 못했지만 지난해 75%의 그린 적중률로 정교한 아이언 샷을 뽐낸 문경준은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톱10’에는 5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문경준은 “우승이 없었지만 목표한 바를 많이 이룬 한 해”라고 돌아보면서 “출전한 대회 중 3개를 빼고 모두 본선에 진출하면서 꾸준한 플레이를 펼친 것 같아 만족한다”고 평했다. 이어 “어느 환경에서도 기복 없는 경기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매 대회 마음 졸이지 않고 편하게 플레이하다 보니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정적인 면모는 동료들에게 귀감이 된다. 2011년에 결혼한 문경준은 현재 슬하에 3남을 두고 있다. 첫째 아들 태명을 ‘우승’으로 지어 생애 첫 승을 거둔 그는 둘째 아들 태명을 ‘또승’이라고 지었으나 아직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셋째 태명은 ‘행복’으로 했다. 문경준은 “‘우승에 대한 부담감을 아이들에게 주지 말자’는 생각이 들어 셋째 태명을 그렇게 지었다”고 말했다.

문경준 동계훈련 KPGA
문경준의 동계 훈련 모습. 홀인원을 하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KPGA
골프장에서 일한 경험 때문인지 시합을 하면서도 주변의 쓰레기를 줍고 다니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항상 솔선수범하는 이런 자세가 높은 평가를 받는다. 평소 문경준은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모든 것은 순리대로 이뤄진다’라는 가르침의 상선약수가 크게 와 닿는다”고 할 만큼 성숙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베트남에서 동계훈련을 하며 연습 라운드에서 홀인원을 두 번이나 연출했다는 문경준은 “현지에서 ‘럭키맨’으로 불리고 있다”면서 “연 초부터 기분 좋은 일이 생긴 만큼 올 시즌이 기대된다”고 웃었다.

목표는 현실적인 평균 타수 60타대로 잡았다. 문경준은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2008년 즈음 공황장애가 찾아와 고생했었다. 힘든 시기를 극복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무조건 우승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골프를 오래 즐기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끝까지 흔들림 없는 경기하기 위해 체력 훈련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이외에도 쇼트게임, 샷 훈련도 놓치지 않고 있다.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다 보니까 지난해 운 좋게 그린 적중률 1위라는 결과가 따라왔다. 이번 시즌에는 60대 평균 타수 역시 목표로 세울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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