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이름만 총리 中 리커창, 입지 극적 반전 기미

이름만 총리 中 리커창, 입지 극적 반전 기미

기사승인 2019. 03. 13. 15:44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시진핑 위상 약화로 역할도 커질 가능성 농후
당정 권력을 완벽하게 장악한 채 폭주 기관차같은 독주를 이어온 시진핑(習近平)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기세에 눌려 지난 수년 간 근근히 자리를 유지해온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입지가 최근 들어 극적 반전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은 당정 2인자에 걸맞는 입지를 굳히지 못한 채 납작 엎드리는 행보를 보였지만 최근 자신에게 유리해진 국내외 정세의 변화를 틈타 적극적으로 변신을 도모하더니 이제는 과거 보이지 못하던 존재감까지 뽐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분위기를 이어갈 경우 빠른 시일 내에 상당한 권한을 가진 명실상부한 ‘실세 총리’의 자리를 다시 굳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리
시진핑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두 사람의 위상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늘과 땅 차이였지만 이제 리 총리의 위상 회복으로 어느 정도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제공=신화(新華)통신
베이징 외교 소식통의 13일 분석에 따르면 이런 관측이 가능한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우선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초래된 경기 하방 압력과 급속도로 악화중인 경제 성적표를 거론해야 할 것 같다. 시 주석이 경제 운용의 전권을 틀어쥔 채 자신의 친구이자 책사인 류허(劉鶴) 부총리를 통해 추진한 미·중 무역협상이나 각종 경기 부양 정책들이 하나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자 구관이 명관이라고 한 때 식물 총리로까지 전락한 그가 자연스럽게 부각되기 시작한 것. 여기에 경제까지 챙기면서 너무 독주하는 시 주석에 대한 중국인들의 피로감도 나름 그의 위상 강화에 도움을 줬다고 볼 수 있다.

리 총리의 정치적 스승인 후진타오(胡錦濤) 전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위상이 최근 강화되는 조짐을 보이는 사실 역시 이유로 거론해야 한다. 후 전 주석은 2012년 11월에 열린 제18차 전국대표대회(5년마다의 전당대회)에서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후 조용히 지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 주석의 기가 워낙 강해 목소리를 높이기 어려웠던데다 그 역시 조용한 스타일의 지도자인 탓이었다. 이로 인해 그는 자신의 수족들이 하나둘 씩 감옥에 가거나 정치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모습을 목도해야 했다. 리 총리도 이 과정에서 존재가 미미한 투명 총리가 돼버렸다. 리 총리의 경제 정책인 리코노믹스(리커창+이코노믹스)가 2016년부터 슬그머니 시코노믹스로 대체된 것만 봐도 얼마 전까지의 현실은 잘 알 수 있지 않나 싶다.

당연히 후 전 주석은 앙앙불락했다. 불만도 터지기 일보직전까지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이 때 경제 전반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했다. 시 주석의 인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급전직하했다. 동시에 후 전 주석 정권 당시에 대한 향수는 폭발 일보 직전에까지 이르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 주석은 서둘러 후 전 주석 진영에 화해의 시그널을 보냈다. 그게 바로 후 전 주석의 아들 후하이펑(胡海峰·47) 저장(浙江)성 리수이(麗水)시 서기를 산시(陝西)성 시안(西安) 서기로 영전시키는 것이었다. 리 총리로서는 천군만마에 다름 아니었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 리 총리는 일련의 상황 변화에 고무된 듯 시 주석의 전권을 위임받아 자신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신한 류허 부총리의 실정을 대놓고 비판하는 등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5일 막을 내리는 제13기 양회(兩會·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자문기관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인 정협) 2차 회의에서 열린 각종 분임 토의를 통해서는 조목조목 류 부총리를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확실한 실세 총리의 모습이라고 단언해도 무리가 없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