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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공부한 의사 월급 30만원... 적은 월급에 공립병원 떠나는 베트남 의사들

10년 공부한 의사 월급 30만원... 적은 월급에 공립병원 떠나는 베트남 의사들

기사승인 2019. 03. 1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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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없는 공립병원 월급에 의사들 사립병원으로 대거 이탈
높은 업무강도와 수직적 병원 체계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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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로 북적이는 하노이 시내 유명 공립병원. 아침 일찍 오지 않으면 접수가 힘들고 접수 후에도 한참을 기다려야한다./사진=하노이 정리나
낮은 임금과 높은 업무 강도로 공립병원을 떠나는 베트남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의사들이 공립병원을 떠나면서 의사 한 명당 환자수가 급증해 공공의료의 질적 하락을 불러오고 있다. 악순환인 셈인데, 사립병원은 공립병원의 5~10배에 달하는 임금을 제시하며 ‘의사 사냥’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은 한국처럼 6년의 의대 학습과정을 거친다. 의대를 졸업하면 일반의가 되고,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평균 3~4년 정도의 별도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문제는 이 같은 과정을 마치고 공립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임금이 터무니 없이 낮다는 것. VN익스프레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10년 경력의 의사가 동나이성 공립병원에서 받는 월급은 1500만동(73만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오랜 경력을 인정받은 수준인데, 다른 지역의 경우 의사들의 월급은 600만~700만동(29만~34만원) 선으로 더욱 열악하다.

지난해 동나이성의 공립병원들에선 100명에 달하는 의사들이 일을 관뒀다. 재작년도 상황은 마찬가지인데, 올해는 이탈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공립병원인 빈롱 종합병원의 경우 매일 평균 1000명의 외래환자와 600명의 입원환자를 진료한다. 최소 170명의 의사가 필요하지만 현재 의사 수는 140명에 불과하다. 빈롱성 전체에선 최소 300명의 의사가 부족한 실정이다. 의사들은 공립병원의 낮은 임금으로는 생활비와 교육비 충당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낮은 임금 때문에 의사들이 공립병원을 떠나자 의사 한 명당 환자 수가 증가해 업무 강도는 더욱 높아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베트남의 병원은 공립병원·재정 자치 공립병원·사립병원으로 나뉜다. 공립병원의 경우 예산이 모두 정부에서 지원되는데, 빈곤층에 대한 의료비 감면이나 면제는 국가보조금에 포함된다. 이는 병원 예산에서 그 만큼 차감된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가난한 환자들이 공립병원으로 몰릴수록 의사들의 보수는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아울러 공립병원의 오랜 대기 시간과 제한된 의료 서비스 등으로 사립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사립병원의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들은 공립병원의 5~10배에 달하는 임금을 제시하며 의사 사냥에 나서고 있다. 의사들 역시 공립병원을 떠나 사립병원으로 이직하거나 개인병원을 차리고 있다. 공립병원과 사립병원에 동시에 근무하거나 근무 중 다른 병원의 호출을 받고 자리를 비우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공립병원을 떠나 하노이 시내에 개인병원을 차린 의사 프엉은 “공립병원의 유명한 의사들은 개인병원을 차리거나 근무 중에도 다른 병원의 호출을 받고 진료를 보는 식으로 부수입을 올린다. 나도 공립병원 업무가 끝나면 저녁에 환자 개인 집으로 왕진을 보러 다니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공립병원의 의사 이탈 현상은 비단 낮은 임금 때문만은 아니다. 병원의 수직적 구조와 불합리한 업무체계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는 것. 현지 언론들은 “공립병원 특유의 수직적 체계와 특정 부서장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등 여러 문제가 의사 개인으로서의 발전을 가로막는 느낌”이라는 의사들의 지적을 보도했다.

공립병원의 의사 이탈은 곧 공공의료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롱 카인 병원의 판 반 후옌 박사는 “의사의 임금이 오르면 전문성도 함께 신장된다. 이는 병원의 발전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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