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70대 후처가 80대 본처 살해…52년 기구한 인연

70대 후처가 80대 본처 살해…52년 기구한 인연

장지영 기자 | 기사승인 2019. 03. 15. 13:49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플러스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라인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80대 본처를 살해한 한 70대 후처 할머니가 지난 13일 항소심 법정에 섰다./게티이미지뱅크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17년간 한 집에서 생활한 80대 본처를 살해한 70대 후처 할머니가 지난 13일 항소심 법정에 섰다.


이날 열린 항소심 법정에서 농아인 A할머니(73)는 지난해 9월 7일 오전 2~4시 사이 함께 사는 B할머니(89)의 얼굴을 둔기로 때려 살해한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하나의 지아비를 둔 A할머니와 B할머니의 기구한 인연은 50여년 전인 196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편의 본처인 B 할머니가 자녀를 낳지 못하자 후처로 들어온 A 할머니는 남편의 뜻대로 2남 1녀를 출산했다.

농아인 A 할머니는 수화도 정식으로 배우지 못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많았다.

법적으로 자녀들의 어머니는 B 할머니로 호적에 등재되었으며 자신이 낳은 자녀들로부터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

그나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딸도 지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고, 이듬해인 2001년에는 남편마저 사망했다.

장성한 자녀들이 집을 떠나자 집안일은 A 할머니가 도맡았다. 그렇게 17년을 B 할머니와 함께 단둘이 생활했다.

그러다 두 할머니 사이에 오해가 생겼다. A 할머니가 식당 주방일을 하면서 저축한 1000만원을 B 할머니가 숨겨뒀다고 여긴 것이다. 

A할머니는 평소 자신은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반면 B할머니는 주로 외부로 놀러 다니기만 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B할머니가 술을 마시고 귀가하면 잠을 자는 자신을 흔들어 깨워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 불만이 컸지만 속으로 참으며 생활했다.

사건이 벌어진 당일에도 술을 마시고 귀가한 B 할머니가 평소 술버릇처럼 자신을 수차례 흔들면서 잠을 못 자게 했다. 그동안 쌓였던 불만으로 잠을 뒤척이던 A 할머니는 순간 분노가 치밀었다.

A 할머니는 옆 방으로 건너가 잠을 자는 B 할머니의 얼굴을 둔기로 수차례 내리쳐 숨지게 했다.

결국 같은 남편을 두고 50여년 이어진 두 할머니의 기구한 삶은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파국을 맞았다.

1심 재판 과정에서 A 할머니의 자녀들은 증언과 탄원서를 통해 "오랜 기간 듣지도 못하고 소통도 힘든 생활 속에서 항상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삭여 온 어머니의 괴로움과 고통을 미리 헤아리지 못했다"며 지나온 삶을 반성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A 할머니에게 양형 가중 요소와 감경 요소를 고려, 권고형의 범위인 징역 7년∼12년보다 낮은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다만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남편이 후처로부터 자녀를 얻어 한집에 살면서 직접 목격해야 했고, 후처와 남편의 자녀들을 자신의 자녀처럼 키워냈음에도 피고인의 범행으로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A 할머니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내달 3일 열린다.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


댓글
기사 의견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