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1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의 증인신문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요청해 2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15일 오후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속행 공판에서 원 전 국정원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원 전 원장과 이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대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 전 원장은 이날 재판에서 2억원과 이 전 대통령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원 전 원장은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자금 지원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청와대에 특활비가 없어 기념품 시계 제작비가 부족하다는 보고를 받고 예산을 지원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원 전 원장은 이어 자금 지원의 불법성에 대해서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원 전 국정원장은 “일반 행정기관에 있던 사람이라 부하 직원들이 뭘 하면 ‘하는구나’라고 생각하지, (이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원 전 원장은 자신으로부터 이 전 대통령이 10만 달러를 받았다는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대북 접촉 활동 명목으로 준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의 증언에 대해 반박에 나섰다. 검찰 측은 “검찰 조사 당시 ‘남북 접촉, 해외 순방 등 대통령 업무에 사용하라고 전달했다고 증언했고, 실제 어떻게 사용됐는지 전혀 모른다’고 진술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원 전 원장은 “당시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아 조사를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진술한 것 같다”며 대답을 회피하기도 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7~8월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으로부터 청와대 특활비가 부족하다는 보고를 받고 원 전 원장에게 자금 지원을 요구해 2억원을 받은 혐의와 이듬해 9~10월 원 전 원장으로부터 국정원 편의 제공 명목 등으로 10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2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 국고손실죄를 인정했고 10만 달러를 받은 혐의에 대해서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뇌물 수수혐의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