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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정체된 초봉에 일본으로 눈 돌린 대만 청년구직자들

10년째 정체된 초봉에 일본으로 눈 돌린 대만 청년구직자들

기사승인 2019. 03. 1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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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국어·진지한 업무태도 등 고용주 선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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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 것 없는 초봉과 낮은 생활 만족도로 대만 청년들의 해외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대만의 대졸 신입사원 평균(월급여 기준) 초봉은 90만원 안팎으로 10년 가까이 정체되고 있다. 더구나 타이베이 중심가 원룸의 월세는 74만원 수준으로 생활여건 역시 열악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만 청년들의 해외취업은 러시를 이룰 수밖에 없고, 이는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들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대만 청년들의 일본어 능력, 긴밀한 문화 유대, 일본 친화적 성향 등은 이 같은 현상의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16일 대만의 저임금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청년 구직자들이 일본 취업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주요 잡지 글로벌 뷰는 최근 설문조사를 통해 18~39세 대만 청년 중 42%가 향후 몇 년 안에 해외취업이나 유학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나라는 일본이 22.6%로 1위를 기록했으며, 그 뒤를 중국(21.4%)과 미국(16.7%)이 잇고 있다. 취업비자 취득도 5년 새 두 배나 늘었다.

이 같은 대만 청년들의 해외취업 선호 현상은 저임금과 열악한 생활여건에서 기인한다. 대만의 대졸 신입사원 월평균 급여는 90만원 안팎으로 10년 가까이 정체돼 있다. 일부에서는 대졸 신입사원에게 월 712 달러(약 81만원)를 주기도 한다. 도심지 부동산 가격 상승은 이 같은 청년들의 ‘내 집 마련’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2016년 기준 으로 타이베이 중심가 원룸의 월세는 647 달러(약 74만원)다. 대졸 신입사원 월평균 급여를 감안하면 생활 자체가 어려운 상황인 셈. 또한 중국이 대만과의 통일을 위해 ‘하나의 중국’을 주창함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위상이 갈수록 소외되고 있다는 점도 대만 청년들의 해외 유출을 부추기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대만 청년들의 일본어 능력, 긴밀한 문화 유대, 일본 친화적 성향을 이유로 이들을 채용하고자 힘쓰고 있다. 일본 친화적 성향이란 1915년 일제 문화통치 이후 행정확립·근대교육 실시·철도 및 통신 개설 등의 혜택을 받게 됐다는 저변의 인식을 의미한다. 일본의 채용 담당자들은 대만의 청년 구직자들이 중국어는 물론 일본어와 영어 등 3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경우가 많아 국제 무대에서도 적응이 빠르다고 평가한다. 대만 청년들이 일본 관광업계와 기업 등에서 관리직으로 승진한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달 타이베이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에는 300명 이상의 지원자들이 일본 기업의 부스를 찾았다. 행사에서는 이력서 작성법을 포함해 일본 취업의 장점 등 취업교육 강의가 열렸으며, 10개 일본 기업이 현장 인터뷰를 진행했다. 타이베이 세신대 일본학과의 재스민 허시는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좋아해 일본에서 일하는 것을 꿈꿔왔다”며 “화장품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에 위치한 리조트 운영업체 유니맷 프레셔스의 한 관계자는 “대만의 청년 구직자들은 일본어에 능통하며, 업무태도 역시 진지하다”며 “최소 10명 이상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즈오카에 위치한 슈퍼마켓 체인 타고주 역시 일본 내 노동력 확충이 힘들어지면서 대만 청년 채용을 모색하고 있다. 카즈오 고나가이 이사는 “국내 채용과 같은 비율로 대만 청년들을 채용할 예정이며, 이들이 관리직까지 승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2017년 대만인에 발급된 취업비자 가운데 고숙련 전문직 비자는 2300건으로 2016년에 비해 30%, 2012년에 비해 2배 증가했다. 대부분의 고숙련 전문직 비자는 신규 대학 졸업생들에게 부여됐다. 대만의 인구는 2400만명에 불과하지만 대만 대학들은 매년 상당수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고숙련 전문직들의 해외 유출이 늘어날수록 다른 나라들이 대만으로부터 얻게 되는 ‘반사이익’은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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