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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드는 글로벌 의류 브랜드, 지갑 닫는 소비자에 위축되는 호주 패션 업계

밀려드는 글로벌 의류 브랜드, 지갑 닫는 소비자에 위축되는 호주 패션 업계

기사승인 2019. 03. 1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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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마이어(Myer) 백화점의 모습. /사진=위키미디아커먼스
호주의 패션 업계가 물밀듯 밀려오는 글로벌 의류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 쇼핑몰의 호황으로 전통적인 오프라인 쇼핑몰들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현지 의류 소매업계의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닛케이아시안리뷰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1942년부터 76년 간 호주의 대표 남성의류 전문 브랜드로 입지를 다져 온 로저 데이비드(Roger David)가 지난해 12월 마지막 매장의 문을 닫았다. 한 때 100개 이상의 매장을 열기도 했던 로저 데이비드는 “글로벌 의류 브랜드들이 호주에 대거 유입되고, 소비자들의 온라인 쇼핑몰 이용이 활성화되면서 회사 정리 절차를 밟게 됐다”고 밝혔다.

로저 데이비드는 지난해 10월 법정관리(receivership)를 신청하고 회생을 위해 투자자를 물색해왔지만 결과적으로 “더 이상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폐업을 결정했다. 로저 데이비드의 폐업 절차를 진행했던 컨설팅 기업 코다멘사(KordaMentha)의 크레이그 셰퍼드 파트너는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에는 호주의 의류 소매업 환경이 매우 척박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다국적 글로벌 기업들이 호주 내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늘리면서 호주의 자생 패션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스페인 패션 브랜드인 자라(ZARA)가 2011년 호주 시장에 진출한데 이어 2014년에는 스웨덴 SPA(제조·판매 일괄) 브랜드 H&M과 일본의 유니클로(Uniqlo)가 호주 시장에 진출,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렸다. 유니클로의 경우 지난해 호주에서 두자릿 수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으며, 현재 호주에서 운영중인 16개의 매장에 더해 올해 2개의 매장을 추가로 개점할 계획이다.

호주 현지 패션 업계의 어려움은 여성의류 기업 데이비드 로렌스와 악세서리 브랜드 오로톤 그룹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기업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밀리면서 데이비드 로렌스는 호주 마이어(Myer) 백화점, 오로톤 그룹은 법정관리 절차 중 글로벌 투자 매니지먼트 회사 칼레도니아 인베스트먼트의 윌 비카스 최고운용책임자(CIO)에 의해 인수됐다.

시장조사 기관인 IBIS월드는 호주의 의류 시장 성장률이 2018 회계연도(2018년 7월~2019년 6월)동안 0.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시기 호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측치가 2~3%인 것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의류 브랜드의 유입 외에도 전자상거래가 의류 소매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오프라인 매장만을 운영하고 있는 현지 패션 업체들은 생존에 위기를 느끼고 있다. 특히 2017년 12월부터 미국 최대 온라인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호주에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 호주 의류 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어 위기감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호주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2017년 기준 21억 3000만 호주달러(약 1조7127억원) 규모로 2016년 대비 18.7% 성장했다. 한 30대 호주 소비자는 “운송비를 고려한다 해도 의류 종류의 다양성 등 장점이 커 온라인을 통해 옷을 구매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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