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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중 학자 제명·중월전쟁 언급 회피…중국 안심시키는 베트남

反중 학자 제명·중월전쟁 언급 회피…중국 안심시키는 베트남

기사승인 2019. 03. 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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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중성향 남중국해 전문가 당에서 제명
중국·베트남 전쟁 40주년에도 '조용'
중국 자극 않으려 내부 단속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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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공산당에서 제명된 쩐 득 아인 선. 남중국해 분쟁 전문가로 반중성향과 함께 베트남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사진=쩐 득 아인 선 블로그
베트남이 반중국 성향의 남중국해 전문가를 공산당에서 제명하는 등 내부적인 반중(反中) 움직임 차단에 나섰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에 따라 나라 경제가 큰 부침을 겪는 만큼, 최대한 중국을 자극하지 않음으로써 경제적 안정을 도모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8일 베트남 다낭시 시당 상임위원회는 다낭 사회경제개발연구원 부원장인 쩐 득 아인 선을 당에서 제명했다. 선은 남중국해 전문가로 대표적인 반중성향 학자. 그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베트남 정부가 영토분쟁에서 중국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하며 정부의 강경 대응을 촉구해왔다. 다낭시 기관지는 선의 제명 사유를 ‘당·당원·인민들 사이에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고 당 조직과 기관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심각한 일’을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9일 베트남 외교부는 “베트남 어선이 6일 남중국해에서 침몰한 사건에 대해 사실 확인 및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남중국해는 베트남과 중국이 영유권을 놓고 첨예하게 갈등 중인 지역이다. 이 사건은 당초 중국 어선이 베트남 어선을 들이 받아 침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는 공식 확인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도 레 티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남중국해와 관련된 질문에 “베트남은 국제법에 따라 남중국해에서의 주권을 행사한다”며 직접적인 대답은 피하는 한편 “6일 침몰된 선박의 선원들은 중국이 아닌 베트남 선박에 의해 구조됐다”고 답변했다. 이 선박에 타고 있던 선원 5명은 17일 오전 베트남으로 안전하게 송환된 상태다.

지난달 중국-베트남 전쟁(중월전쟁)이 40주년을 맞았지만 베트남 정부는 이 역시도 정부차원의 공식 언급을 하지 않고 ‘조용히’ 지나갔다. 공식 기념식도 없었다.

이처럼 베트남은 남중국해 분쟁을 비롯한 여러가지 문제에 있어 자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베트남은 미국과 경제·안보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면서도 여전히 중국을 염두에 둔 듯한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베트남 경제는 대중국 무역 및 투자 의존도가 매우 높다. 베트남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중국 수출 비중이 15.8%에 달해 싱가포르(16.7%)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나라로 나타났다.

관광산업의 대중 의존도 역시 높다. 2017년 베트남을 방문한 13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 중 3분의 1은 중국인이었다. 이때문에 2014년 남중국해 문제로 격렬한 반중시위가 발생했던 당시,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하면서 관광업계가 큰 타격을 받기도 했다. 2015년 4월 응우옌 푸 쫑 베트남 서기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같은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베트남 답방이 이어진 후에야 중국인 관광객 수가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비로소 관광업계는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반응은 베트남 국내 여론과는 큰 차이가 있다. 역사적으로 중국에 대한 반감의 뿌리가 깊은 베트남의 민심은 여전히 반중감정이 지배적. 지난 10년간 반중시위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베트남 정부가 경제적 이유로 친중 정책을 펴면서, 반중시위가 정부에 대한 항의·폭력 시위로 번지기도 했다. 예컨대 지난 6월 경제특구 조성 관련 법안으로 불거진 반중시위는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과 겹치면서 ‘정부가 돈 때문에 나라를 팔아 넘긴다’는 비판으로 이어져 일부 도시의 인민위원회가 공격당하기도 했다.

베트남 정부로서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 유지는 곧 자국의 실리를 도모하는 문제지만, 동시에 자칫 반정부 시위로 번질 수 있는 여론의 불씨도 안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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