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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뭐볼까] ‘생일’ 공감으로 세월호 상처를 어루만지다

[영화뭐볼까] ‘생일’ 공감으로 세월호 상처를 어루만지다

기사승인 2019. 03. 1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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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는 많은 국민적 상처를 남겼다. '세월호 트라우마라'는 말도 생겼다. 아직까지 시기상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영화 '생일'은 세월호로 인해 조금이라도 고통 받은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와 위로를 건넨다.

'생일'은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한 영화다.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 수호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그렸다.

베트남에 갔던 아빠 '정일'(설경구 분)은 수호가 떠난 지 2년이 지나서야 가족 곁으로 돌아온다. '순남'(전도연 분)은 그런 정일에게 문도 열어주지 않는다. 순남은 정일에게 "왜 이제 왔냐"며 이혼서류를 건네지만 정일은 나중에 이야기하자며 밀어낸다. 순남은 2014년 4월 16일 아들을 잃었다. "기념품 사오겠다"며 씩씩하게 수학여행을 떠난 아들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지만 순남은 아들 수호의 물건을 하나도 치우지 못했다. 수호의 책상 위에는 수호가 좀 전에 공부하다 떠난 듯 학습서에 노트까지 모든 게 그대로다.
 
순남은 가끔 아들의 옷도 사온다. 딸 예솔은 자신의 것이 없는 것에 서운해 밥도 넘어가지 않지만, 순남은 그런 예솔의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오빠는 먹지도 못하는데'라며 화를 낸다. 그러고는 이내 후회한다.

순남은 다른 유가족들과도 서먹하기만 하다. 정일과 아들 수호의 납골당에 갔다가 다른 유가족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게 되는데, 그들이 웃는 모습만 봐도 "어떻게 즐거울 수 있냐"며 삐딱하게 말하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버린다.

올해도 어김없이 아들 수호의 생일이 돌아오고, 사람들은 수호의 생일 파티를 하자고 한다. 하지만 순남은 싫다고 딱 잘라 버린다. 모두가 모여도 생일의 주인공이 함께 할 수 없는 생일이 마치 아들이 없는 현실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일은 아들에게 해준 게 없다며 생일 파티를 준비한다.

'생일'에는 세월호를 바라보는 여러 갈래의 시선이 담겨있다. 순남이 연립 아파트가 떠내려가게 오열하면 달려와 그를 안아주고 달래주는 이웃이 있는가 하면, 그 곡소리 때문에 대학을 못 갔다고 투덜대는 딸도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보상금을 많이 받았다던데, 넌 얼마 받았냐'고 묻는 가족도 있다. 

'생일'의 메가폰을 잡은 이종언 감독은 안산에 위치한 치유공간 '이웃'에서 생일 모임을 준비하며 보고 느낀 것들을 영화로 제작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극적으로 무언가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최대한 있는 그대로 담아내 그날을 잊지 않고 위로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종언 감독은 다큐멘터리 같은 연출로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최대한 담담한 시선으로 한걸음 물러서서 가족의 일상 있는 그대로를 담아냈다. 배우들도 기교를 부리지 않고 섣부른 해석이나 왜곡 없이 감정적으로 솔직한 연기를 펼쳐 보는 이들의 눈물을 쏙 빼놓는다.

영화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생일 모임 장면은 감정의 흐름을 고스란히 전하기 위해 30분간 롱테이크로 이틀에 걸쳐 촬영됐다. 숨 막히게 생생한 배우들의 열연을 느낄 수 있다.

2019년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5주기다. 잊지 않기 위해, 진심을 담은 위로로 관객들을 초대하는 '생일'은 오는 4월 3일 개봉된다. 전체 관람가. 상영시간 1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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