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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드러머걸: 감독판’ 박찬욱, 영화 아닌 드라마 택한 이유(종합)

‘리틀 드러머걸: 감독판’ 박찬욱, 영화 아닌 드라마 택한 이유(종합)

기사승인 2019. 03. 2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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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드러머걸: 감독판' 박찬욱/사진=정재훈 기자
박찬욱 감독이 첫 드라마 연출작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으로 돌아왔다. 

20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감독 박찬욱)이 사전 시사회를 열고 박찬욱 감독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리틀 드러머걸: 감독판'은 스파이 소설의 거장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 비밀 작전에 연루되어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숨 막히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스릴러로 지난해 영국 BBC와 미국 AMC에서 방영됐다. 

박찬욱 감독은 드라마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티비 드라마가 하고 싶어서가 아니고, '리틀 드러머 걸'이라는 작품을 하고 싶어서 티비라는 형식이 따라오게 된거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리틀 드러머 걸' 책을 보면 굉장히 두껍고 내용이 풍부하다. 영화로 옮기려면 이것저것 다 쳐내고 인물도 없애거나 축소해야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 다 흥미로운 인물들이고 유럽의 극좌파들, 테러리스트들도 하나하나 중요했다"며 "여섯개 에피소드도 많이 줄인거다. 원작을 원없이 하겠다고 하면 열개정도 됐으면 좋을뻔 했다. 분량때문에 원작을 다치게 하고싶지 않아 티비 형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이 원작에 매료된 이유는 첩보 스릴러인 동시에 로맨스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박 감독은 "각색할때 주의를 기울였다. 처음 저를 매료시킨 특징이 사라지지 않게, 다른 것에 압도 돼 희석되지 않게, 그 요소가 긴장과 추격전, 총격전 등 흔한 첩보 스릴러의 자극적인 요소들에 묻혀버리지 않게 하는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리틀 드러머 걸'은 파키스탄, 영국, 그리스 등 유럽 전역을 무대로 장대한 스케일을 보여준다. 이에 박감독은 "재미도 있었지만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 이스라엘, 레바논도 나오고 뒤에가면 여러나라가 나오는데 유고슬라비아도 나온다. 실제로 다 돌아다니면서 찍을수는 없었다. 이동거리를 줄이는게 제작비 측면에서 중요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영국 그리스 체코 세 나라에서 직었다. 최소한의 이동으로 어떻게 다양한 지역색을 표현할 수 있을지 큰 도전이었다. 그 만한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현지 스태프와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해 "촬영감독만 한국 분이었다. 후반에는 조영욱 음악 감독이 함께 했지만 촬영할때는 촬영감독과 프로듀서만 한분이고 나머지는 주로 영국인들이었다"며 "영화인들은 어딜가나 비슷한거 같다. 미국에서도 일해봤지만 생각하는게 거기서 거기이고 얼마나 유능한가가 중요할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늘 류성희 미술감독과 해와서 이번에는 누가 함께 하게 될지 중요했는데, 제가 예전부터 함께 꼭 일해보고 싶었던 마리아 조코비치씨와 일하게 돼 행운이었다"며 "영국의 프로덕션과 처음 회의할때부터 미술감독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했던 미술 감독을 꼭 데려와달라고 요구했는데저와 취향과 의견이 잘 맞아서 행복하게 했다. 그 밖에 부서들도 일잘했다. 즐거운 추억이었다"고 전했다.

박찬욱 감독은 감독판만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말했다. 박 감독은 "제가 좋아하는 연기와 방송국이 좋아하는 연기가 다를때가 있었다"며 "BBC는 폭력 묘사 엄격하고 AMC는 노출과 욕설에 대해 엄격했다. 제 입장에서는 다 못하는거다. 물론 알고 찍어서 심하게 자극적인 폭력이 있는건 아닌데, 찍다보면 어쩔수없이 언뜻언뜻 보이는게 있는데 억지로 드러내야하는 아픔이 있었다. 감독판에서는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특성상 매 회 에피소드를 어떻게 마무리 하느냐도 박찬욱 감독은 중요하게 생각했다. 

박 감독은 "에피소드 마무리 짓는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영화 한편 마무리 짓는것 만큼이나 어쩌면 더 중요할수도 있다. 영화는 끝인데 티비는 다음 회를 보게 해야하니까 각색부터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고, 각 에피소드 마무리마다 찰리가 어떤 새로운 인물을 만나게 된다. 에피소드 2에서는 빨간 또하나의 벤츠를 만나는데 그렇게 매회 중요한 대상을 마주하면서 끝나게 된다. 하나의 이정표가 되는 중요한 대상을 만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게 단순히 궁금하게 만드는것을 벗어나서 찰리라는 한 사람의 성장드라마라고 봤을때 성장의 과정을 고비고비마다 마주치는 중요한 사람이나 계기가 무엇인지 딱 집어주는 역할을 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박찬욱 감독은 팔레스타인 분쟁을 다룬 드라마가 한국 시청자들에게 생소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저도 잘 몰랐던 이야기다. 문학이나 영화나 티비 드라마가 좋은게 바로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되는거다"며 "우리나라가 분단, 냉전, 대결, 군사 전쟁 위험 이런 여러가지 일을 겪고 있는데 세계의 누구도 관심이 없다면 얼마나 외롭겠나.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들이지만 수십년 동안 계속 되풀이되는 폭력의 악순환 속에서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관심갖고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한편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오는 29일 오후 왓챠플레이에서 공개되고, 같은 날 채널A를 통해 방송판이 전파를 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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