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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유통업체들 끝없는 탈중국 행렬

글로벌 유통업체들 끝없는 탈중국 행렬

기사승인 2019. 03. 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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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임금, 경쟁에 밀려 세계의 시장에서 발 빼기 시작
내로라 하는 글로벌 유통기업들이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 중국 시장에서 경쟁적으로 철수하면서 ‘차이나 엑소더스’ 현상이 더욱 가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십 수년 동안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이제는 글로벌 유통기업들의 무덤으로 변하는 형국이 아닌가 보인다.

METRO
베이징의 한 메트로 매장 전경. 조만간 알리바바에 매각될 가능성이 농후하다./제공=검색엔진 바이두(百度)
탈(脫) 중국을 서두르는 기업들의 행보는 이런 단정이 상당한 근거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중국 유통업계의 사정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의 21일 전언에 따르면 우선 독일의 거대 유통그룹 메트로의 철수 계획이 예사롭지 않다. 당초 메트로는 최초 진출하던 23년 전만 해도 중국의 창고형 할인점 업계를 장악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내건 바 있었다. 야심은 실현되는 듯하기도 했다. 2004년 단 15개에 불과했던 매장이 최근에는 100여개 가까이 늘어난 것만 보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업이익이 문제였다. 적자까지는 아니어도 매년 한자리 수에 그치는 현실에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메트로는 최근 사업을 접기로 하고 알리바바에 지분 인수를 타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가치는 대략 2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일본의 식품 프랜차이즈 기업인 미스터 도넛의 움직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2000년 중국 시장에 매력을 느껴 상하이(上海) 일대에 진출했지만 20여년 만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2012년에는 25개까지 매장이 늘어났음에도 영업이익이 시간이 갈수록 악화돼 그동안 철수를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상하이에 1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가볍게 철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사사키 마코토 일본 지지통신 상하이 특파원은 “상하이는 중국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미스터 도넛은 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그렇다면 하루라도 빨리 철수하는 것이 낫다”면서 미스터 도넛의 선택이 시의적절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철수를 곰곰이 검토하는 유통기업들도 많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까르푸를 꼽을 수 있다. 메트로와 별반 다르지 않는 상황에서 기회만 엿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시장 가운데 한 곳인 베이징의 다수 매장을 정리한 것을 보면 언제 떠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해야 한다. 철수설이 벌써 수년 째 이어지는 것을 봐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그야말로 썰물 빠지듯 한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철수 행렬에 동참하는 경우에 속한다. 사업을 완전히 접은 롯데를 필두로 일일이 손으로 꼽기 어려울 만큼 많다. 최근에는 화장품, 패션, 외식업체들이 이 같은 분위기에 가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굴지의 글로벌 유통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떠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시장 경쟁의 격화를 들어야 한다. 경쟁 상대인 토종기업들의 경쟁력 제고 역시 꼽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중국 당국의 자국기업 우선 방침에 따라 설 자리를 잃어가는 현실과 전자상거래의 활황도 거론해야 할 것 같다. 향후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을 완전히 되돌리기 어려운 열풍의 트렌드가 됐다고 보는 것은 조금 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코스트코를 비롯한 굴지의 유통기업들이 최근 중국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본격 진출에 나서는 것을 보면 그렇다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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