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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 실탄 마련한 해양진흥공사…중소 조선사엔 ‘그림의 떡’

5000억 실탄 마련한 해양진흥공사…중소 조선사엔 ‘그림의 떡’

기사승인 2019. 03.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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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내 해운사의 선박 수주 지원을 위해 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키로 했지만, 이로 인한 수주 혜택은 사실상 대형 조선사에만 돌아갈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20일부터 국내 해운사들을 대상으로 2019년도 선박 신조지원 사업의 신청을 접수 중이다. 신조지원 사업은 국내 해운사가 발주한 선박 건조 시 해진공이 건조선가의 일부를 투자·보증 형태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여기에 해진공이 5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키로 하고 21일부터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사전청약)을 실시한 것도 해운사들의 선박 수주를 지원하려는 취지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해운사들을 지원하려는 게 주된 목적이지만 선박 수주에 정책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수주 가뭄에 허덕이고 있는 중소 조선사에는 좋은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해진공의 신조지원에 따른 선박 수주 혜택이 중소 조선사들에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해진공 설립 이후 해운사 선박금융 지원은 대부분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 빅3사가 수주한 선박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게 그 근거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해진공이 출범 이후 첫 보증서를 발급한 대한해운 발주 원유운반선(VLCC) 두 척은 모두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선박이었다. 선박신조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마련된 현대상선 신조지원 프로그램도 빅3가 수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해진공의 업무 영역은 아니지만 지난 2017년 8월 정부가 발표했던 1000억원 규모의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 계획도 중소 조선사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RG는 조선소가 선박을 제대로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할 경우 선주(해운사)에게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지불하는 지급보증을 말한다.

당시 정부는 중소 조선사 RG의 원활한 발급을 위해 그해 9월부터 2020년까지 4년간 매년 250억원, 총 10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17년 당시 조선업황 악화로 수주가 급감해 조선사들의 수익성이 악화, 시중은행들이 RG 발급을 기피하거나 발급조건을 까다롭게 하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지원에 나서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국책은행들도 수익성 평가 잣대로만 심사에 나서기 때문에 RG 발급 과정이 무척 까다롭고, 한번 신청 후 실제로 발급받기까지 1년 넘게 걸리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게 중소 조선사들이 내놓는 하소연이다. 한 중소 조선사 관계자는 “해진공의 선박신조 프로그램은 애초부터 초대형 선박 수주가 가능한 현대상선을 위주로 짜여진 지원대책인 만큼 중소 조선사 수주와는 거리가 있었다”며 “국책은행조차 높은 수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RG 발급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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