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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첫 가상은행 라이선스 발행…‘버추얼뱅킹’ 경쟁력 작용할까

홍콩, 첫 가상은행 라이선스 발행…‘버추얼뱅킹’ 경쟁력 작용할까

기사승인 2019. 04. 0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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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다드차타드·중안 보험·홍콩중국은행에 1차 라이선스 발행
높은 진입장벽, 깐깐한 규제로 중소기업 참여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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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HSBC 프리미어 센터./게티이미지
금융 허브로 알려진 홍콩은 의외로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HSBC·홍콩중국은행·항셍은행·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이 전체 대출의 66%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카르텔이 견고하기 때문. 이로 인해 서비스 만족도가 낮은 것은 물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등 신기술을 적용한 금융상품 및 서비스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에 홍콩 금융당국은 처음으로 가상은행(Virtual Bank) 설립을 허가하는 등 금융 선진화를 꾀하고 있지만 높은 진입장벽 등으로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홍콩 금융당국은 최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중안보험·홍콩중국은행의 조인트 합작법인 리비 버추얼 뱅크(Livi VB)에 가상은행 라이선스를 발행했다. 지난해 8월 31일 50여개의 금융 및 IT 기업이 사업허가 신청을 내고 이 중 6개 기업이 심사에 통과, 라이선스 발행을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리비 버추얼 뱅크가 첫 번째로 공식 허가를 받은 것.

홍콩은 오래 전부터 가상은행은 물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업계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가상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오프라인 점포가 아예 없거나 극소수로 운영되기 때문에 점포 유지에 필요한 막대한 고정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 고정비 절감에 따른 수익을 고객 서비스 향상이나 버추얼 뱅킹에 필요한 리스크 관리, 서버 유지·보수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버추얼 뱅킹은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PC나 모바일에 은행창구를 그래픽으로 구현한 것으로 IT 플랫폼을 통해 금융의 접근성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

홍콩 금융당국도 2017년부터 가상은행을 기반으로 금융 서비스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해왔다. 컨설팅 업체 액센츄어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홍콩의 은행 서비스에 대해 만족한 고객은 53%에 불과했다. 미국의 88%, 영국의 78%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더딘 온라인 뱅킹 서비스·불친절한 고객 서비스·체계없는 수수료율·계좌 개설의 어려움 등이 불만족의 주요 이유들이다. 이는 대형 시중은행에 집중돼 있는 홍콩 금융업의 생태계와도 관련이 있다. 지난해 기준 HSBC·홍콩중국은행·항셍은행·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4곳이 전체 대출의 66%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카르텔이 견고하게 형성돼 있는 것.

홍콩 금융당국은 가상은행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고 금융 서비스를 선진화시킨다는 계획이지만 높은 진입장벽부터 걸림돌이다. 홍콩 금융당국은 가상은행 설립의 최소 납입 자본금을 3억 홍콩달러(약 430억원)로 정해 중소 규모 기업의 참여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가상은행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 보유 고객을 모두 시중은행에 넘겨야 하는 리빙 윌(Living will) 제도를 도입, 시장점유율이 높고 성장 가능성이 탄탄한 기업들에게만 기회를 제공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IT 기업인 중국의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자회사 앤트 파이낸셜이 가상은행 라이선스를 1차로 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놀라는 분위기다. 홍콩 금융당국은 리비 버추얼 뱅크에 이어 심사에 통과한 5곳에 대해서도 조만간 가상은행 라이선스를 발행한다는 입장이지만 IT 기업보다는 금융 기업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결국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비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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