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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만 공격형 무기 판매 ‘암묵적 승인’… 미·중 갈등 또 다른 ‘뇌관’되나

미국, 대만 공격형 무기 판매 ‘암묵적 승인’… 미·중 갈등 또 다른 ‘뇌관’되나

기사승인 2019. 04. 0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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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 에이브럼스/ 사진=위키미디아커먼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F-16 전투기의 최신형 버전인 F-16V와 미 육군 주력 탱크인 M1 에이브럼스 등 공격용 무기의 대만 판매를 암묵적으로 승인하면서 미·중 갈등의 새로운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부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 대만에 방어용 무기만 판매했을 뿐 공격용 무기는 판매하지 않았다. 따라서 대만에 대한 이번 공격용 무기 판매는 중국의 군사굴기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미국의 군사 전략적 입장이 변했음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분석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F-16V와 M1 에이브럼스의 대만 판매를 암묵적으로 승인했다. 앞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지난달 27일 팔라우와 나우루 등 남태평양 수교국을 순방하고 귀국길에 오르던 중 미국의 하와이를 방문해 미국이 대만에 F-16V와 M1 에이브럼스 등 공격형 무기를 판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차이 총통은 “중국이 대만에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를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고, 현재의 양안관계를 변화시키고자 압박을 증대시키고 있다”며 “대만이 방어력과 함께 억지력도 향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만은 이미 지난달 F-16V 및 M1 에이브럼스 구매를 위한 공식 요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가 요청서 검토를 마치고 의회가 30일 내로 승인을 내리면 대만의 F-16V와 M1 에이브럼스 구매가 최종 확정된다. F-16은 현대 전투기 가운데 최고의 베스터셀러로 다양한 모델과 파생형이 존재한다. 미 공군은 2040년까지 F-16을 운용할 계획이고, 구매를 희망하는 국가들이 잇따라 2050년까지도 현역의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M1 에이브럼스는 강력한 화력과 뛰어난 기동성으로 세계 최고의 탱크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공격형 무기 판매는 군사 전략적 입장의 변화로 정치적 무게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대만과 단교했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지금껏 중국이 대만을 흡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정된 ‘대만 관계법’에 따라 방어형 무기만 제공하고, 공격형 무기를 판매해 달라는 대만의 요청을 거절해 왔다.

스칼 헤럴드 랜드사 아시아태평양정책센터 부소장은 “F-16V와 M1 에이브럼스가 대만 군사력의 근본적인 역량을 증폭시키진 못한다. 또한 대만을 강제로 흡수하려는 중국의 위협도 제거할 수 없다”며 “이번 공격형 무기 판매 승인은 방어형 무기만을 판매하던 미국의 군사 전략적 변화가 포착됐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2017년 기준으로 중국의 국방비는 대만의 국방비보다 23배 많다. 지난 1997년의 2배에서 국방비 격차가 훨씬 더 벌어진 것이다.

미국의 대만 지원은 전투기와 탱크 판매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출범 이후 대만과의 교류를 강화하고 무기 판매를 확대하는 등 과감한 대만 지원 정책을 펼치며 과거와는 달라진 기조를 보이고 있다. 대만은 지리적으로 역내 주요국들의 해상교통로(SLOC)에 위치해 미국의 이익과 직결돼 있다. 또한 중국의 해양 진출을 저지할 수 있는 중점 지역이기도 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남중국해 해역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정례적으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 올해에만 벌써 세번이나 미 함대의 대만해협 통과가 포착됐다.

중국은 오래 전부터 미국이 대만에 공격형 무기를 공급해서는 안 된다며 레드라인(한계선)을 그어왔다. 이에 따라 대만에 대한 미국의 공격형 무기 판매가 현실화되면 미·중 갈등은 더욱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이 문제에 관련한 고도의 민감성과 심각한 위해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켜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및 군사 연락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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