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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가형 주택 공급부족에 갈 곳 잃은 빈민가…필리핀형 젠트리피케이션?

중저가형 주택 공급부족에 갈 곳 잃은 빈민가…필리핀형 젠트리피케이션?

기사승인 2019. 04. 0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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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까지 매년 90만 채의 신규 주택 필요
자금부족·건설업계 비호응으로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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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만./게티이미지
마닐라만(Manila Bay)은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석양이 유명한 관광 명소다. 하지만 해변 쓰레기와 빈민가 낙후건물로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부는 2016년부터 마닐라만 정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낙후건물 철거로 대체 주거지를 제공받아야 할 빈민가 주민들이 주택공급이 원활치 않은 탓에 갈 곳을 잃는 등 젠트리피케이션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건설업계가 마진율이 떨어지는 중저가형 주택시장에 관심이 없는데다 정부의 주택정책 역시 시장의 상황과는 겉돌고 있기 때문.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마닐라만 정화 프로젝트로 철거 위기에 놓인 빈민가 주민들이 주택공급 부족으로 주거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필리핀에서 빈민가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주요 도시의 기반시설이 마련되지 않은 채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필리핀 인구의 약 8%인 900만명이 빈민가에 살고 있다. 이에 두테르테 정부는 집권 초기 2년간 이들을 위한 중저가형 주택공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자금부족과 건설업계의 비호응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중산층의 고급 아파트 및 오피스텔 수요 급증으로 인한 집값 상승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마진율이 떨어지는 중저가형 주택은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정부가 중저가형 주택 매매가의 상한선을 58만 페소(약 1300만원)로 정해 시장 현실과는 동떨어졌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실제 주택개발자협회는 최소 70만 페소(약 1500만원)가 손익분기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것. 아울러 주택 한 채를 짓기 위해 57개에 달하는 건축 허가가 필요해 완공 속도 역시 더딜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 1000채를ㄹ 완공하는데 평균 3년이 걸리는데, 이 중 1년은 57개의 건축 허가를 받는데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공급을 위한 자금확보를 위해 민간부문의 과태료에 지나치게 의존해 온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필리핀 정부는 1992년부터 2015년까지 주택용 토지 면적의 20%, 아파트 총면적의 10%를 중저가형 주택으로 배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은 건설업자는 과태료를 물게 했다. 건설업계의 볼멘소리에 2016년에는 각각 15%, 5%로 낮췄다. 이 과정에서 두테르테 정부의 친(親) 중국 스탠스로 중국 업자들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집값 상승을 부채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달 필리핀 정부는 방만한 경영을 배제하기 위해 2개의 주택공사를 하나의 공사로 통합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또한 임대주택 건설업계가 중저가형 주택 사업에 열성을 보이지 않자 임대주택 건설 예산 삭감에도 나섰다. 실제 올 임대주택 건설 예산은 전년 대비 41% 삭감된 5300만 달러(약 600억1700만원)에 그쳤는데, 이는 2016년 배정된 예산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특히 임대주택 건설을 위한 민간부문의 자금조달도 2130억 페소(약 4조6000억원)의 금융권 융자를 통해 진행하고 있어 부채 규모만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2022년까지 매년 90만 채의 신규 주택이 필요한 가운데 정부와 건설업계의 자금확보 및 활용에 대한 총체적 메커니즘 부재(不在)로 해결의 실마리조차 못 찾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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