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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일단 지어놓으면 살 사람 알아서 온다’?, 이제는 옛말

두바이 ‘일단 지어놓으면 살 사람 알아서 온다’?, 이제는 옛말

기사승인 2019. 04. 0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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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구성하는 7개국(에미리트) 중 하나인 두바이의 스카이라인은 여전히 마천루로 반짝거리지만 최근 놀고 있는 크레인들이 많아졌다. 두바이는 일단 짓고 나면 살 사람은 오게 돼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부동산 활황을 보여왔다. 특히 이를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삼아왔는데, 이제는 ‘옛말’이 되면서 두바이의 고민 역시 깊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자국의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를 누르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되겠다는 목표로 걸프만 연안에 건설 중인 초고층 마천루 두바이 크리크 타워 인근에는 팰리스 레지던스 아파트 단지가 있다. 지난 1월부터 선분양을 진행한 팰리스 레지던스의 침실 1개 짜리 아파트 한 채의 가격은 100만 디르함(약 3억원)으로 상당한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팰리스 레지던스 아파트 단지 개발은 두바이 크리크 하버(Dubai Creek Harbour)라는 6㎢의 대규모 개발지역의 일부로 진행됐다. 크리크 하버 지역은 개발이 종료되고 나면 20만명의 거주자를 수용할 예정이다.

이 같은 사례는 두바이에서 지난 40여년 간 효과적으로 작동해 온 ‘일단 짓고 나면 살 사람은 오게 돼 있다’는 개발 모델의 전형적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사막이나 바다를 개간해 땅을 만든다. 그 위에 더 크고, 더 고급스러운 건물을 짓는다. 그리고 최고 수준의 편의시설을 제공하면서 기다리면 부유한 외지인들이 나타나 건물을 낚아채간다. 이 개발 모델이 계속해서 성공을 거두면서 두바이의 건설 현장은 점점 더 깊숙한 사막지대로까지 확대돼 왔다.

하지만 최근 더 이상 이 모델이 작동하지 않는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두바이 당국이 근심하고 있다. 최근 두바이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건설사업들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두바이 크리크 타워는 건설을 시작한지 벌써 2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기초공사만 겨우 마무리된 상태로 완공일 역시 정해지지 않았다. 두바이의 부동산 가격은 2014년 이후 최소 25% 하락해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인력을 감축하고 납품업체에 대금지급을 미루는 방식으로 겨우 도산을 면하고 있다. 지난해 두바이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9%로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건설경제 활성화를 통한 성장 모델은 지난 수십년 간 효과적으로 작동하면서 두바이를 중동지역의 무역·금융·관광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게끔 해줬다. 하지만 더 이상 이 모델이 통하지 않으면서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두바이 국왕은 지난해 두바이 행정위원회에 컨설팅 기업 출신의 경제 전문가들을 기용,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한 기업인은 두바이 기업들의 상황이 올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지니스 모델을 완전히 새롭게 재설정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두바이의 경제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여러가지 비용을 인하하고 국영기업을 민영화하는 등 구체적인 정책 마련에 나섰다. 이들은 특히 두바이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장기거주 비자를 부여해 이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두바이에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압둘라 알 살레 UAE 대외무역산업 담당 차관보는 지난주 “장기거주 비자가 (투자자들의) 사업 신뢰도를 강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인들은 과연 두바이 정부가 얼마나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두바이 행정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한 재계 인사는 “서로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 같다”면서 “우리는 장기적인 투자와 성장 방안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정부 측에서는 눈앞의 리스크 이상은 보지를 못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몸을 사리는 것은 외국인에게 보다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두바이에 살고 있는 25만명의 국민들에게 인기가 없는 정책 방향이기 때문. 보수적인 두바이 사회는 외국인 권한 확대로 인해 자신들이 가진 여러 통제권을 잃게 될까봐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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