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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민족주의 지도자들은 왜 이스라엘을 좋아하나

우파 민족주의 지도자들은 왜 이스라엘을 좋아하나

기사승인 2019. 04. 0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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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스트롱맨’ 국가 지도자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민족주의 성향의 강경 우파 지도자들이 이스라엘에 호감을 표하며 몰려들고 있기 때문. 이처럼 ‘새로운 친구들’이 늘어나면서 그간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으며 외교적 고립과 불매운동을 우려해 온 이스라엘은 숨통이 트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자국 내에서는 여러가지 부패·배임 혐의로 위기를 겪고 있지만 외교적으로 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강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기수로 인도·필리핀·헝가리·브라질 등 세계 각지에서 민족주의 성향의 지도자들이 부상하면서 이스라엘은 대표적인 수혜국이 됐다.

이스라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는 역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트럼프 대통령은 한때 요원한 환상처럼 보였던 이스라엘의 ‘위시 리스트’를 하나 하나 현실로 이뤄주는 이스라엘의 ‘요정 할머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트럼프는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한편, 이란 핵협정을 탈퇴했으며, 지난달에는 국제사회가 ‘불법 점령지’로 규정한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기까지 했다.

친(親) 네타냐후 대열에 새롭게 동참을 선언한 또다른 지도자는 며칠 전 이스라엘을 방문한 브라질의 새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함께 통곡의 벽까지 방문했다. 외국의 현직 국가지도자가 현직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통곡의 벽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전까지 국가지도자들은 재임 중 통곡의 벽을 찾기를 꺼렸다. 통곡의 벽 방문이 갖는 상징적 메시지를 우려한 까닭이다.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도 이 곳을 방문하기는 했지만 방문 시기는 모두 퇴임 이후였다.

이 모든 것은 통곡의 벽이 바로 동(東) 예루살렘에 위치해 있기 때문. 예루살렘은 유대교·이슬람교·기독교의 공동 성지로, 예루살렘 영유권 문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1947년 유엔은 팔레스타인 분할안을 통해 예루살렘을 ‘유엔 신탁통치 하의 국제도시’로 선포했다. 그러나 1948년 이스라엘은 건국 이튿날 제1차 중동전쟁을 통해 서(西) 예루살렘을 장악했다. 이후 1967년 제3차 중동전쟁(6일 전쟁)에서 요르단이 지배하던 동 예루살렘마저 점거한 이스라엘은 동·서 예루살렘은 불가분인 이스라엘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제사회는 그간 이스라엘의 ‘통합 예루살렘’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동 예루살렘은 또한 팔레스타인이 향후 건립될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의 수도로 낙점해 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통곡의 벽을 방문은 이스라엘의 통합 예루살렘 영유권을 간접 인정한 셈.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또한 예루살렘에 무역사무소를 개설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향후 브라질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위한 첫걸음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적 논란 속에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긴 이후 미국의 행보를 따른 국가는 현재까지 과테말라가 유일하다. 여기에 브라질이 추가될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있어 ‘이스라엘 껴안기’는 브라질 내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기독교 복음주의 커뮤니티에 자신을 어필하는 수단이 되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에도 잘 보일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다. 아울러 자신의 반대 세력인 좌파 자유주의자들도 공격할 수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등 다른 우파 지도자들도 앞다퉈 이스라엘을 방문해 네타냐후 총리를 추켜 세우고 있다. 이들이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것은 민족주의적인 코드가 일치하기 때문. ‘이스라엘은 유대인을 위한 나라’라는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은 헝가리를 ‘헝가리인(만)을 위한 나라’로 만들고 싶은 오르반 총리에게 어필하는 구석이 있다.

무슬림에 대한 적개심도 이들 스트롱맨이 친이스라엘로 결집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힌두교 민족주의 성향의 인도인민당(BJP)을 이끄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17년 인도 건국 이래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한 총리가 됐다. 인도인민당 지지자들은 무슬림들에게 적대적으로, 일부는 이스라엘 대(對) 팔레스타인 관계를 인도 대(對) 파키스탄 테러리스트들의 관계와 겹쳐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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