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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민 반대에도 ‘범죄인 인도법’ 개정 추진…중국으로 범죄인 인도 가능해지나

홍콩, 시민 반대에도 ‘범죄인 인도법’ 개정 추진…중국으로 범죄인 인도 가능해지나

기사승인 2019. 04. 0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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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 Kong China Extradition law <YONHAP NO-4115> (AP)
사진출처=/AP, 연합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법 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 법안이 재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정부 측이 한 발 후퇴를 결정했다. 이 개정안의 적용 대상에서 경제범죄 9종을 제외하겠다고 밝힌 것. 하지만 홍콩변호사협회와 인권단체들은 이 개정안이 중국 본토로의 범죄인 인도를 가능케 해 ‘일국양제’의 원칙이 훼손될 수 있을 뿐더러 경제범죄만 제외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강력 비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의 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홍콩 정부가 입법을 추진중인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은 아직 홍콩과 범죄인 인도 협정을 맺지 않은 나라들에도 용의자를 보다 쉽게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재계는 중국 본토에서 받게 될 비인도적 처벌을 우려해 이 법안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홍콩 정부도 한 걸음 후퇴해 9가지 경제범죄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홍콩의 행정 수반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범죄인 인도법 개정을 계속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에 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홍콩 출신의 한 젊은 여성이 대만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부터. 대만 경찰은 피해자의 남자친구인 홍콩인 찬통카이(陳同佳·20)가 대만에서 함께 휴가를 보내던 중 피해 여성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남성은 홍콩에서 체포됐는데, 홍콩 사법당국은 이 남성을 여자친구의 재산을 훔친 혐의로는 기소할 수 있었지만 살인죄로 기소할 수는 없었다. 현지 법에 따르면 이 남성은 홍콩이 아닌 대만에서만 살인죄로 기소가 가능하기 때문. 하지만 홍콩과 대만 간에는 범죄인 인도 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홍콩 당국은 범죄인 인도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에 나섰다. 입법회(의회)의 승인을 받아야지만 범죄인 인도 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나라로 범인을 인도할 수 있게 한 현행 법규를 개정, 행정장관이 인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 존 리(李家超) 보안국장(장관)은 지난 2일 “현행 범죄인 인도 조항은 실행 불가능한 문제들로 가득차 있다”면서 “따라서 내 입장에서 이 문제는 메워야 하는 ‘구멍’”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 대상에 ‘중국’이 포함돼 있다는 점. 홍콩변호사협회와 인권단체들은 홍콩은 중국에 비해 개인의 권리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장이 훨씬 강력한데, 법 개정으로 인해 중국으로의 범죄인 인도가 가능해지게 되면 비인도적 처벌 등 인권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빗속에 모여 정부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 움직임에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이 개정안을 ‘송종(送中)’ 악법이라고 부르고 있다. ‘장례를 치루다’라는 뜻의 중국어 ‘송종(送終)’의 동음이의어를 활용, ‘용의자들을 중국에 보내는 것(送中)’이 곧 ‘장례를 치루는 것(送終)’과 같다고 꼬집고 있는 것이다.

홍콩 자치를 주장하는 범민주파 클라우디아 모(毛孟靜) 홍콩 입법회(국회) 의원은 “일부 경제범죄를 제외하려는 홍콩 당국의 움직임이 역겹다”면서 “특정 분야(재계)를 달래야 될 필요성 때문에 법안의 적용 대상을 이렇게 구분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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