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사우디, 비전 2030하에 원자력 개발 가속화…지역 불안 고조

사우디, 비전 2030하에 원자력 개발 가속화…지역 불안 고조

기사승인 2019. 04. 08. 16:47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800x-1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교외의 압둘아지즈왕 과학기술 도시(KACST)에 실험용 원자로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맨 첫 번째 사진은 2017년 4월, 2번째 사진은 2018년 4월, 마지막 사진은 가장 최근 찍힌 사진으로 실험용 원자로 기초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노란 점으로 표시된 부분이 실험용 원자로 건설 위치. /사진=구글어스(Google Earth)
핵무기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졌음에도 신형 전투기 4대 구입 비용이면 원자폭탄 한 발을 만들 수 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 또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는 보유하지 못한 국가가 상쇄하기 어려운 전략적 우위를 갖게 된다. 전쟁 억지 효과인 셈. 이 때문에 핵무기 확보의 발판이 되는 원자력 개발은 주변국의 긴장을 높일 수 밖에 없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경제구조와 에너지 공급을 다각화하는 ‘비전 2030 전략’의 일환으로 원자력 개발에 속도를 내자 중동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CNN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로버트 켈리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 사찰국장은 새롭게 입수한 위성사진을 분석,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외곽에 지어지고 있는 실험용 원자로 건설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원자로가 9개월에서 1년 사이 완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사우디 왕실은 3개월 전 실험용 원자로 건설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을 계기로 사우디와 중동지역의 대표적 앙숙으로 대립해 온 이란은 분노를 표하고 있고, 상원을 중심으로 미국 의회에서도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우디는 지난해 7월 IAEA에 자국 내에서 진행되는 실험용 원자로 건설에 대한 사찰을 전면 수용했다. 그러면서 전력 생산만을 목적으로 하는 ‘평화로운’ 원자력 개발임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같은해 3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이란이 성공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면 사우디도 맞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사우디 원자력 개발의 궁극적 목적은 핵무기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빈 살만 왕세자는 당시 “사우디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싶지 않다. 단,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우리는 망설이지 않고 (핵무기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슬람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미국이 시아파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견제하고 있어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우디는 2016년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구조와 에너지 공급을 다각화하는 내용의 사우디 비전 2030을 발표, 원자로 개발에 속도를 올렸다. 2030년 에너지 수요가 현재의 3배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자 풍력·태양열·원자력 등 비석유 자원을 통한 에너지 공급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 사우디는 오는 2040년까지 원자로 16기를 건설하는 980억 달러(약 105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에 착수한 상태.

미국 상원의 여·야 의원들은 지난해 언론인 카슈끄지 피살사건 이후 사우디에 대한 회의론적 목소리를 높이며 원자력 개발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27일 비밀리에 자국 기업들의 사우디에 대한 원자력 기술 판매를 허가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미국 상원의원들은 오는 10일까지 사우디로의 원자력 기술 이전 허가를 받은 미국 기업들의 명단과 기업들이 승인받은 구체적 내용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란은 트럼프 행정부가 충분한 안전장치 없이 사우디에 핵 기술을 판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2월 트위터에 성명을 올려 “미국이 인권도 핵프로그램도 진정으로 우려하고 있지 않음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첫째는 상처입은 언론인(카슈끄지)이 증명했고, 둘째는 미국이 사우디에 핵 기술을 판매한 사실이 언론에 드러남에 따라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자력 개발이 사우디 에너지 전략의 일환인지, 아니면 핵무기 확보에 초석을 마련하는 것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CNN은 “사우디의 의도가 무엇이든 원자력 개발만으로도 중동 전역의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