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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이란혁명군 ‘테러조직’ 지정 “전례없는 조치”…미-이란 관계 격랑 속으로

미 정부, 이란혁명군 ‘테러조직’ 지정 “전례없는 조치”…미-이란 관계 격랑 속으로

기사승인 2019. 04. 0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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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 이상 미국은 이란을 ‘테러 지원국’으로 칭해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8일(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IRGC) 외국테러조직(FTO) 지정은 이전과는 또 다른, 새로운 수준의 긴장 관계를 가져오게 될 전망이다. 미국이 알카에다·이슬람국가(IS)·헤즈볼라와 같은 무장단체가 아닌 외국의 정규군을 테러조직으로 등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으로 미국의 외교 역사에 있어서도 전례가 없는 강력한 압박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의 8일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란 정부가 국제 테러리스트들의 활동을 지휘하는 주요 수단”이라며 이민 및 국적법 제219조에 의거, 이란 혁명수비대와 산하 조직 쿠드스군을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 의회의 7일 간 검토 끝에 따로 이의 제기가 없을 경우 오는 15일 발효될 예정이다.

마크 두보위츠 민주주의수호재단(FDD) 대표는 “이번 외국 테러조직 지정으로 이미 경제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던 혁명수비대가 훨씬 큰 재정적 난관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혁명수비대에 물질적 지원을 한 이들을 미국 검찰이 기소할 수 있게 된데다 이란인이 아닌 이들도 혁명수비대와 거래할 경우 제재를 받게 된다. 이는 유럽인들이 이란에 투자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대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강력 반발하며 맞불에 나섰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 중부사령부와 이와 연관된 군사조직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면서 “침략적 중동 정책을 강행하는 미국 정권을 ‘테러지원 국가’로 칭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란이 이처럼 강력 반발하는 것은 혁명수비대가 그야말로 이란 체제의 ‘핵심 중추’이기 때문. 혁명수비대가 이란에서 갖는 정치적·군사적·경제적 위력은 그야말로 막강하다.

혁명수비대는 1979년 2월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권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설립된 이란군의 최정예 부대. 이슬람 혁명을 통해 친미 팔레비 왕정을 몰아내고 이슬람 공화정을 수립한 호메이니는 왕정과 단절된 충성스러운 군 조직을 갖기 위해 군부를 규합해 혁명수비대를 창설했다. 혁명수비대의 군사 규모는 12만5000~15만명 가량으로 추산되며, 정규 지상군·해군·공군·정보군·특수부대 등을 보유하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이란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기구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영향력도 막강해 건설·통신·자동차·에너지산업에 이르기까지 혁명수비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이란이 혁명수비대를 알카에다나 IS 같은 테러조직으로 취급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하는 이유다.

이번 외국 테러조직 지정에 반대하는 이들은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이 이란의 공격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근시안적 조치라며 비판하고 있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적으로도 이에 대한 우려 때문에 상당한 반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댄 코츠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 1월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이 이란을 지나치게 압박할 경우 이란이 이에 반응해 지난 수년 간 빈도가 잦아들었던 페르시아만에서의 미 함정 공격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두번째 우려는 이번 조치가 이란 핵협정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탈퇴 선언에도 이란은 협정의 부활을 희망하며 규정을 준수해왔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이란이 핵협정을 완전히 깨고 우라늄 농축에 나서도록 자극할 수 있다는 것. 중동 전문 매체 알 모니터의 무함마드 알리 샤바니 편집장은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진 ‘협상 본능’을 제한하고, 다음 대통령이 취임하더라도 이란과의 관계 형성이 불가능하게끔 만들려는 미국 내 대(對)이란 강경파들의 야심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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